평화로운 세상을 열기 위한 양심적 병역거부 by 젊은노인

평화로운 세상을 열기 위한 양심적 병역거부

해군기지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제주도의 강정마을이란 곳을 아시는지요. 그곳에서는 요새 하루가 멀다 하고 경찰과 지역주민, 평화활동가들 간의 충돌이 있습니다. 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나 활동가들과 대화하며 설득하기보다는 공권력을 사용하여 무력으로 제압하려는 해군 때문이지요.

무리하게 해군기지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해군이지만 실제로 주민들과 물리적인 충돌을 빚는 건 경찰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주민들과 직접 몸을 부딪히는 사람들은 경찰방패를 든 전경들이지요. 이들은 군복무중인 젊은이들입니다. 가족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군대를 갔는데 실제로는 해군기지건설에 저항하는 주민들을 물리력으로 제압하며 부상을 입히고 마을 공동체를 파괴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마도 상부의 명령이기에 방패를 들고 그곳에 서있을 전경들은 국방의 의무에 자부심을 갖고 있을까요.

한진중공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영도를 찾은 희망버스 탑승자들을 김진숙씨로부터 막아선 사람들도 전국에서 소집된 수많은 전의경들입니다. 나라를 지킨다는 국방의 의무가 실제로는 무엇을 지키는데 이용되는지 보여주는 셈이죠.

2009년 촛불집회 때 진압에 동원된 의경이었던 이길준씨는 이러한 명령을 거부하고 양심선언을 했습니다. 권력을 지키는 억압의 도구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의 명령인 양심의 주체가 되고 싶다는 뜻에서였죠. 길준씨는 의무경찰 형태로 군복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길준씨의 이러한 행동은 양심적 병역거부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이처럼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인 양심과 신념을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을 뜻합니다. 양심이라는 단어가 보통 도덕교과서에서 배우는 ‘착함의 기준’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군대를 거부하는 사람이 양심적이면 군대 가는 사람은 비양심이냐”라는 오해 섞인 비난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이는 용어상의 오해입니다. 영어로 conscientious objector는 유엔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병역거부자들을 일컬을 때 공통적으로 쓰이고 있고 conscientious를 한국어로 직역하면 ‘양심적’이 되기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부르게 된 것입니다. 헌법 19조에서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또한 같은 뜻의 양심을 뜻하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단어를 법정에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징병제가 생긴 후로 10000명이 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해 왔습니다. 주로 여호와의 증인이나 제7일 안식교 신자들이 총을 들기를 거부해왔고 어김없이 처벌을 당해왔습니다. 이처럼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인권침해를 당해왔지만 이단이라는 이유로 이들의 존재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들 또한 사회적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알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01년에 언론 기사와 시민단체를 통해서 이러한 사실이 공론화 됐고 소수종교 신자가 아닌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나오면서 비로소 병역거부는 운동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적 병역거부자’들은 자신의 병역거부를 적극적으로 선언하고 자신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대체복무제 도입, 군사문화 개선, 파병반대 등의 정치적 요구를 해 왔습니다.

반전평화주의에 기초한 병역거부자들은 군대나 전쟁이 결코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며 군사훈련과 폭력적인 군사문화를 거부했습니다. 총을 드는 것 자체가 살인 훈련이라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특정 전쟁(예를 들면 이라크 전쟁)에만 반대하는 사람들까지 그 생각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군대가 가지는 다양한 문제와 의미를 드러내는 다양한 병역거부자들도 있었습니다. 앞서 말한 이길준씨 처럼 부당한 진압을 거부하는 전의경들을 비롯해 군대의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인 문화를 거부하기도 하고 동성애, 장애인, 여성들을 구분 짓고 차별하는 역할로서의 군대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천주교, 불교,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적 신념으로 병역거부를 선언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많은 젊은이들은 병역거부를 해 왔고 이는 한국사회에 평화에 대한, 군대와 군인에 대한, 또 군사주의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전히 군입대를 거부하는 병역거부자들은 감옥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입대날짜에 입대를 하지 않으면 병무청에 의해 병역기피자로 고발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검찰조사, 재판 등을 거쳐 형을 선고 받는데요 보통 1년 6월 형을 선고 받고 수감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과자가 되어 공무원 임용이 제한되거나 피선거권이 제한당하는 등의 불이익을 얻습니다. 물론 병역기피자라는, 전과자라는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도 겪게 되죠. 현재에도 약 900명의 병역거부자들이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비군사적인 복무를 하는 대체복무제는 병역거부자들과 징병제 사이의 타협점입니다. 당장 군대를 없앨 수도 그렇다고 특정 사람들만 징병의무를 면제시켜줄 수 없는 현행 병역제도에서의 대안이죠. 이는 유엔에서도 일찌감치 정해놓은 기본적인 인권이기도 합니다. 비군사적이고 처벌적이지 않은 대체복무제가 없이 병역거부자들을 감옥에 보내면  인권침해라고 벌써 여러 번 유엔에서 결정하고 한국에 권고해왔습니다. 징병제가 있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채택하고 있는 대체복무제는 한국에서도 도입될 뻔 했습니다. 2007년도에 참여정부가 대체복무제를 2009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것이지요.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2008년 말 대체복무제 도입은 국민여론을 핑계로 무기한 보류됐습니다. 대체복무제도가 어떤 제도인지, 어떤 의무를 부과 받는지 충분히 설명하고 홍보할 생각과 노력 없이 소수자의 인권사항을 다수결에 부친 것이죠. 현재 헌법재판소에 이러한 현행 병역법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해 심리중입니다. 또한 국회에서도 대체복무제를 포함한 병역법 개정안이 준비되고 있지만 그리 전망이 밝지는 않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군대와 군인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전쟁과 폭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평화를 향해 나갈 것을 원합니다. 또한 군대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위계와 차별에 저항하며 또 다른 의미의 평화를 원합니다.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고, 전쟁에 반대하며 다양한 폭력과 차별에 저항하며 자신의 종교적 사랑을 실천하려 하는 이들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조금 더 많아지고 이들이 부당한 인권침해를 당하지 않는다면 한국사회는 조금 더 평화로워지지 않을까요. 서로 총을 겨누고 누가 더 강한지 경쟁하고 우리 삶의 깊숙한 곳까지 전쟁처럼 살아가는 오늘날, 총을 먼저 내리기를 선언하는 자들을 욕하고 처벌하기보다는 관심을 갖고 함께 뜻을 모아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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