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호 감옥으로 보내는 편지 by 젊은노인

강정마을에서 머물고 있으면 하루가 멀다하고 싸이렌소리가 들립니다. 싸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면 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삼거리로 달려갑니다. 해군기지 건설 부지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인 좁은 농로와 접하는 삼거리이죠. 그 좁은 길에 전경들과 주민들, 활동가들이 뒤엉킵니다.

 

태풍 무이파가 막 지난 때였습니다. 문자 그대로 집채만한 파도에 해군기지 건설 부지인 중덕 해안의 구럼비 위에 세워두었던 활동가들과 방문객들의 텐트, 숙소, 식당 그리고 각종 행사를 진행한 무대, 강정을 지키고 싶은 소망을 담아 쌓은 방사탑, 올레꾼들과 얘기하는 공간이자 일종의 본부 역할을 한 사진 전시관 등이 다 망가졌습니다. 당연하게도 지키는 사람도 없었죠. 이 때를 노리고 경찰들이 들이 닥쳤습니다. 태풍 때문에 망가진 비닐하우스도 돌봐야 하고 작물들도 돌봐야 하는 주민들이 그래서 모두 삼거리에서 발이 묶였습니다.

 

주민들은 치사한 경찰들에게 욕도 하고 밀치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상황이 참 슬퍼서 멍하니 있다가 몸싸움이 일어나면 그 사이에 들어가서 말리고 갈라놓기도 하고 가져간 캠코더를 그쪽으로 향하면서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해군 때문에 경찰과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뒤엉켜 싸워야 한다는, 그리고 그렇게 화를 내고 몸으로 부딪히게 되기까지의 그들의 묵은 감정의 골이 느껴져서 참 슬펐습니다.

 

큰 몸싸움이 되는 걸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전경과 주민의 사이에 섰을 때 몇몇 전경들과 가까이서 얼굴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그들은 잔뜩 긴장해보였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분위기에 동요되고 있었습니다. 순간 그들이 나와 비슷한 또래의 군복무자라는 사실이 느껴졌어요. 제가 생각하던 무시무시한 국가나 군대라는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 말이죠. 눈을 바라보며 침착하세요, 동요하지 마세요. 서로 다칩니다.”라는 말들을 건넸고 그들은 제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열정비했습니다.

 

지리한 대치 중에 그들과 눈을 계속해서 마주쳤습니다. 당신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군대를 갔는데 왜 주민들과 대치하고 있는가. 자신의 양심과 책임을 위로부터의 명령이라는, 어쩔 수 없는 의무라는 핑계로 덮어두고 있지 않은가 물으며 병역거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정말 혀끝까지 나온 그러한 말들을 삼키며 괴로워했어요. 나 자신의 용기 없음과,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눈을 마주쳐야 한다는 것과 또 어떻게 하면 이러한 얘기들을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요.

 

사실 해군기지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6, 8월에 내려갔었어요. 그래도 이번에 내려가서는 여러 상황들을 접하며, 얘기를 나누며, 분위기를 살펴보고는 그래도 해군기지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름대로는 기분이 좋아져서 올라왔습니다. 그 근거중 하나는 육지 경찰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었고 제주 경찰병력으로는 총력을 다해 막고 있는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몰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희망이었죠.

 

오늘자 뉴스를 살피니 경기도경찰청 소속 전경대원 600명과 살수차 등이 제주로 건너갔답니다. 절망감 때문에 가슴이 철렁 했어요.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기대를 갖기엔 상황이 무겁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들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돼서 경찰의 무리수가 널리 알려지고 상황이 반전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제주로 바로 달려가지 못하는 답답한 마음을 이 편지를 받는 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 뭍에서 건너간, 그리고 강정의 삼거리에서 저와 눈을 마주쳤던 전경들은 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것이겠죠. 그들의 존재가 저로 하여금 이 글을 쓰고, 활동을 하며 병역거부를 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군요. 비가 오지 않는 날이 그리운 815 광복절에 성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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