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불복종 by 젊은노인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란 말을 하며 불의한 법에 순응해 죽었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내가 병역거부를 고민하며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 아버지가 보인 첫 반응들 중 하나도 바로 이 말이었다. "악법도 법이다" 즉, 대체복무제가 없는 현재 병역법이 악법일지라도 그것에 따르는 것이 올바르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왜 감옥에 갇혔는지 생각해본다면 그것은 잘못된 적용일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당대의 사상가이자 철학자이다. 그의 사상과 주장들은 많은 젊은이들을 매료시켰다.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소크라테스는 당대의 권력자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였을 것이다. 결국 그는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갇혔다.

소크라테스는 정권을 뒤집으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고 폭력을 쓰거나 도둑질을 한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열심히 말하기만 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는 감옥에 갇혔다. 요샛말로 하면 그는 표현의 자유, 혹은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당한 것이었다. 아마도 국제앰네스티가 당시에 있었다면 소크라테스는 정치적 탄압으로 옥에 갇힌 양심수로 구분되어 세계 곳곳에서 온 탄원편지를 받았을 것이다.

그에겐 두가지의 다른 선택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에게 가해진 위협들에 미리 굴복해서 힘을 가진 사람들이 불편해 할 만할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는 감옥에 갇힐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또 하나는 탈옥이었다. 소크라테스는 가난했지만 주변에 부유한 후원자가 많았고 당시의 감옥은 매우 허술하여 돈만 있으면 쉽게 탈출하여 타국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탈출하지 않고 그 벌을 기꺼이 받았다. 그는 왜 굳이 독배를 들었을까?

그는 독배를 듣고 죽음을 택함으로서 그를 가둔 법이 '악법'임을 널리 알렸다. 플라톤의 대화편에 보면 소크라테스가 법정에서 매우 논리적으로 자신의 죄가 없음을 논변했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 부당하게 사형을 선고받았다고 주장하면서도 사형을 감내했다. 이는 악법을 옹호하며 지킬 것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그의 표현의 자유와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악법'임을 세상에 드러내려 한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의 제자들에 의해, 그리고 역사속에서 그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소크라테스의 행위는 악법에의 순응이 아니라 불복종이다. 그는 그의 사상을 전파하지 말라는, 그의 철학과 신념을 주장하지 말라는 부당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젊은이들을 '타락'시켜 나갔다. 그는 부당한 처벌을 받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이 악법에 순응하지 않았고 죽음이라는 처벌을 감수함으로서 한층 더 강하게 그런 신념을 표출했다. 

대부분 종류의 불복종은 이러한 피해를 감수한다. 악법에 순응하지 않는다면 그 악법에 의해 처벌을 받을 것이고 악습에 저항한다면 사회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무조건 그 피해를 감수하고 불복종을 택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다만 불복종을 통해서 '악법'을 드러내고 정당성에 대해 투쟁하는 것이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다'의 뜻임을 명쾌히 하고 싶을 뿐이다.

대체복무제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징병제에 따르는 것이 악법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부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 소크라테스적인 불복종이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악법에 따라 징병에 임하는 것은 결코 소크라테스의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소크라테스가 감옥에 갇히고 독배를 마실것을 피하고자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전하는 것을 자제하는 행동이지 결코 "악법도 법이다"를 외치며 감옥에 갇히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소크라테스의 선택이 옳다고 할 수 없다. 구체적인 현실속에서 자신이 불복종으로 인해 감수해야 할 피해와 지키고자 하는 가치는 따져보고 비교해야 봐야 할 것이다. 어느 것이 옳은 지는, 어느 것을 선택할 지는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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