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마 by 젊은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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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 쉽고 재밌다. 책을 한번에 쭉 읽는 스타일이 아닌 내가 잡자마자 쭉 읽어버렸다. 흡인력이 있다. 그리고 굉장히 많은 적용이 가능하다. 프레임에 대해서 다루고 있지만 추상적이지 않다. 구체적이며 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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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콘, 한국에서는 한나라당의 지지자들의 투표행태를 설명할때 부자들은 자기들의 이익에 따라 투표를 하는데 서민들은 왜 그렇지 않냐는 아쉬움을 많이 접한다. 여기에 지역이기주의, 우민주의, 현실순응주의, 추수주의 뭐 다양한 게 나오곤 하는데 이 책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도덕적)가치에 대해 투표한다. 즉 속아서도 아니고 사악해서도 아니고 그것이 옳아서 투표한다는 것이다. 내 주변의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볼때 굉장히 설득력이 있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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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주되게 제시하는 보수의 프레임은 자유주의도 아니고 청교도주의도 아니다. 보수세력에도 다양한 생각들과 정책들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엄격한 아버지 모델'이라는 도덕적 지향을 국가에, 정치에 투영하게 된다. 한국이 신자유주의가 가장 급속하고도 효과적으로 자리잡은 요인에는 유교적인 요소였던 '엄격한 아버지 모델'이 아주 잘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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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아버지 모델'은 이 얇은 책에 반복적으로 설명된다. 한국사회에서 올해 큰 이슈중에 하나였던 학교체벌 금지는 이런 관점에서 볼때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대북정책, 사회복지정책, 사법정책, 조세정책, 인권정책 등 대부분의 이슈들이 이 관점에서 볼때 일관되게 한나라당으로 수렴한다. 강력한 결집력의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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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패밀리>라는 미국드라마를 즐겨 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엄격한 아버지 모델'의 대칭개념으로서 '자상한 부모 모델'에 대해서 알게 되는데 이 '자상한 부모 모델'이 <모팸>에 구체적으로 나온다. 이 드라마에는 세가지 형태의 가족이 나오는데 첫째는 '엄격한 아버지'가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가족, 둘째는 '자상한 부모'가 되기위해 노력하는 가족, 셋째는 헌신과 사랑을 서로 주며 자상한 부모가 되고자 하는 게이가족이다. 이 드라마를 다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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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서 나의 연애관계를 돌이켜 봤다.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실망했던 계기중에 가장 큰 공통점이 순종적인 모습이었다. 어떤 여자에게서(남자도 마찬가지이다) 순종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 나는 실망하게 된다. 특히 순종적 여성은 가부장적 남성의 강력한 짝이다. 즉 순종적 여성상을 내화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동시에 가부장적 남성상을 더불어 갖고 있는 것이다. 요새 가족들과 얘기를 하면서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나는 가부장적 남성상, 엄격한 아버지 상에 대해 엄청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내가 연애를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임을 새삼 느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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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정, 사회, 정치 영역에서 한 사람이 다양한 도덕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가정에서는 엄격한 아버지가 직장에서는 자상한 부모형일수도 있고 반대로 가정에서는 자상한 부모가 국가정책에서는 엄격한 아버지형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말에 아직 마음으로 공감이 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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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아버지 모델'에 주로 개신교인들이, '자상한 부모 모델'에 주로 리버럴한 가톨릭 신자들이 구성원으로 분류된다는 것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엄격한 아버지 모델'이라는 전근대적 가치가 프로테스탄티즘이라는 근대적 가치 내에서 강력한 도덕적 호소력을 갖는다는 건데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건 반동적 움직임인지 포스트모더니즘적 움직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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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약하자면 결국 '정치적 보수주의'를 극복하는 것은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국가나 정치차원에서 극복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정치적인 페미니즘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전여옥은 왜 한나라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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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핵심 주제는 도덕적 가치이다. 레이코프의 좀더 본격적인 책의 제목도 <도덕의 정치>이고 한국에서 붐을 일으켰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도 사실상 도덕에 대한 얘기며 그 또한 <왜 도덕인가>라는 책을 냈다. 이성적으로 절대 옳은 가치는 없다는 상대주의적 관점이 결국 도덕이라는 의제를 부상시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자, 왜 도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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