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일어나지 않을까. by 젊은노인

정말, 아무도 이익을 얻지 못할 것이라면 전쟁은 나지 않을까?

전쟁을 일으키는 국가들은 대부분 자신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며 다른 나라는 개입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힘이 강한 국가만 일으키는 것도 아니다. 일본이 미국과 전면전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태평양전쟁을 일으켰을까?

또, 혹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아무도 이익이 없다는게 확고부동한 사실일까?

누군가 전쟁을 통해서 이익을 기대한다면?



한국에서 전쟁이 날까. 생각해봤다.

한국, 중국, 북한, 미국 그리고 일본. 전쟁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물론 크다. 그러길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난다면 과연 어떤 전개로 이어질까.


북한은 결코 전면전을 일으키진 않을 것이다. 이득 될 것이 없으니. 한국은 스스로 전쟁을 일으킬 권한도 동기부여도 갖고 있지 않다. 중국도 미국의 참전이 확실시되는 전쟁을 일으키진 않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현대사회에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큰 국가는 미국이다. 언제나 그래왔다.

미국이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북 분단상태가 미국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이 전쟁을 일으킬때 추구하는 것은 이익이지만 필요한건 명분이다. 미국은 절대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쟁한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라크의 민주주의를 위해 억압받는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공산당을 몰아내고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전쟁을 일으켜 왔다. 겉으로는 어쨌든 그러했다.

북한은 3대세습과정중에 있다. 연평도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중 가장 그럴듯 한 추측 중 하나는 김정은의 권력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분단 이후 최고 수위의 공격이 필요했다. 그의 세습을 위해서 말이다. 28세의 김정은의 위치가 그만큼 위태위태하다는 방증이리라. 아무리 훌륭한 독재정권도 현대사회에서 3대를 이어가는 것은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북한의 정권이 무너진다면. 한반도는 통일이 될까? 어려운일이다. UN상의 하나의 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북한이 정권이 무너진다고 한국에 자연스럽게 흡수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중국의 하나의 성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더 있지 않을까.

북한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면, 북한이 중국에 흡수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미국의 셈법은 복잡해지리라. 북한에 그것이 독재이든 왕정이든 공고한 정권이 있다면 미국에게 지속적인 이익을 줄 수 있었겠지만 중국에 흡수된다면 그것은 미국에 이익이 될 수 없다. 일본이 예전처럼 미국의 해바라기가 아닌 상황에서 중국이 세계 두번째국가로서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무너진다는 상황을 염두에 두면 미국으로서는 개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 할 수 있다.

미국이 북한에게 무력행위를 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고 파악한다면 미국에겐 두가지 과제가 있다. 하나는 명분을 만들어 국제사회의 승인이, 혹은 적어도 강한 비난은 듣지 않는 상태가 필요하다. 또 하나는 중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명분은 무엇이 될 수있을까.

양아치가 자기보다 쌈못하는 사람을 괴롭힐 때 쓰는 수법이 있다. 걸어가는데 앞을 갑자기 막고 끼어들었다가 부딪힌다. 혹은 얼굴에다 대고 주먹을 휘두른다(물론 맞지는 않게) 그러면서 계속 괴롭히다가 당하는 사람이 막으려고 혹은 도망가려고 손짓을 하다가 부딪히면 맞은 시늉을 한다. 그리곤 자기가 먼저 맞았다며 화를 내며 때리기 시작한다. 사람들한데 외친다. 이 자식이 날 먼저 때리네. 어이가 없어갖고.하면서 말이다.

미국의 항모가 서해에 들어왔다. 미국의 항모는 마실다니는 것이 아니다. 목적을 갖고 움직인다. 평소때 같았으면 중국에서 좌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적극적인 충돌행위는 일으키지 않는다. 명분이 미국에게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을 좋은 명분으로 삼고 싶었으나 중국이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연평도 사태는 중국도 어찌할 수 없는 명분을 미국에 제공했다. 그래서 미국의 항모는 서해, 한국의 해역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영향권이기도 한곳에 들어와있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은 군사훈련을 실시한다. 북한은 대응할 것이라 한다. 전형적인 벼랑끝 전술(brinkmanship)이다. 벼랑끝 전술의 핵심은 너보다 내가 더 미쳤으니 건들지 말라는 것이다. 북한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미친짓을 할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물론 어느 정도의 상황이 진행되면 그때가서 굴복하면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는 판단 하에 무리수를 둘 수도 있을 것이다. 김정은의 가오가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게 있어 더 큰 명분은 한국의 민간인 2명이 죽는 것보다, 한국의 전함이 침몰하는 것보다 미군이 죽고 미군 소속의 배가 공격을 받는 것이다. 북한이 전쟁을 예상치 못했든, 죽이려고 까지 한것은 아니었든,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든, 실수든 어찌됐든 미국의 코털을 건드린다면 그것이 명백하게 드러날 수 있는 종류의 것이라면 미국은 명분을 갖는다.

이러한 명분을 만드는 것은 쉽다. 계속해서 북한을 자극하여 강경한 대응을 하도록 유도한다. 북한이 강경한 대응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쉽다. 김정은을 비난하고. 핵을 비난하고. 북한의 도발을 비난하며 북한의 바로 코앞에 가서 항모를 포함한 대규모 함대의 해상훈련을 실시하는 것이다. 6자회담 제안에는 응하지 않아야 한다. 북한의 아가리에 들이대고 주먹을 휘두르다 보면 북한은 꿈틀 댈것이다. 가스가 새면 작은 스파크에도 폭발이 일어나듯이 이러한 대치는 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북한의 강경한 대응을 유도하면서 미국이 해야 할 일은 확전 방지를 부르 짖는 것이다. 미국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겉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러다가 미국은 최선을 다했으나 전쟁밖에는 옵션이 없다는 상황을 만들어내면 명분은 완벽해진다.

그 명분은 여러가지로 쓰일 수 있다. 미국 내의 정치적 동의를 얻는데 쓸 수있다. 안보리라는 미국의 거수기에 쓸 수 있다. 또 하나 중국에게 명분을 들이대면서 북한의 잘못이 명백하니 당신들은 개입하지 말라고 외치는데 쓸 수 있다. 물론 전쟁이 일어나면 큰 피해를 볼 한국의 국민들에게 전쟁에 대한 동의를 얻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아마도 평양이 목표가 될 것이다. 아마도 바그다드 폭격을 그 예로 들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또 하나의 화려한 불꽃놀이에 환호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통쾌해 할 것이다.

하지만 이라크처럼 북한이 무력하게 끝날 것인가. 북한의 산악지대의 특성상 북한은 이라크가 될 수도 있고 아프가니스탄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이 북한을 단기간에 끝내지 못한다면 중국에게는 점점 개입해야 할 여지를 줄 것이다. 어쩌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순간 중국이 개입할 수도 있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에게는 명분이 없고 동지가 없으며 승리에 대한 확신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어느정도의 시간을 끈다면 상황은 다르게 전개될 것이다.

중국에게도 이익과 명분이 필요하다. 중국이 물론 전체적으로 미국에게 열등한 군사력을 갖고 있다 해도 북한은 지리적으로 중국에서 매우 가깝다. 육로로도 이어진다. 단기적으로 우세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중국은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승리한다면 북한을 확실히 확보하는 동시에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을 약화시킬 것이다. 동시에 큰 타격을 입은 미국을 따라 세계정세를 주도할 만한 국가로 올라 설 것이다. 리스크가 크지만 해볼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이 예상치 못했던 전면전을 벌이게 된다면 일본과 대만이 끼어들지 않을 수 없다. 세계대전이 일어난다.

유시민은 후불제 민주주의를 말했다. 유럽의 민주주의는 숱한 혁명과 피를 먹고 자랐다고. 한국은 아직 값을 치르지 않았다고. 그가 말한 값은 아마도 민주화 운동, 집회 시위일 것이다. 하지만 유럽의 역사를 보면 유럽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것은 두번의 전쟁이었다. 나치가 합법적으로 집권한 것을 보더라도, 1차대전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2차대전이 일어난 것을 보더라도 두번의 전쟁 전에 유럽은 야만적이었다. 동아시아의 역사도 한번의 큰 전쟁을 필요로 하지는 않을까. 두렵다. 후불이 어떤 식으로 치뤄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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