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단상 by 젊은노인

어쨌거나 오늘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은 연평도 폭격사건이다. 나의 반응을 몇가지 기록해둘 필요를 느낀다.

 

- 우선 그 사건이 일어난건  "전쟁났대" 라는 친구의 전화로 알았다. 뭔일인가 했다.

 

- TV를 켰고 뉴스속보를 SBS, MBC, YTN을 돌려가며 조금씩 봤다. 근데 별로 내용이 없었다. 당연하게도 연평도엔 기자한명도 없을테니. 추가적인 보도가 나올 가능성도 별로 없었다. 기자가 바로 파견될 수 있는 곳이 아니니. 보도 내용은 대개 군의 발표, 정부의 발표(아마도 군을 통한), 그리고 주민들의 제보였다. 천안함사태에서도 보여지듯이 한국군의 초기 발표내용은 북한의 그것만큼이나 믿을게 못된다. 그래서 곧 TV를 껐다. 언론의 선정주의와 한국군/정부의 북풍에 놀아나고 싶지 않았다. 물론 더아상의 사건 진행은 없으며 시간이 좀 흐르고 정리된 기사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 먼저 이유를 불문하고 북한이 남한의 땅에 폭격을 감행한 것은 큰 잘못이다. 무엇보다 주 폭격의 대상은 아니었을지라도, 소위 말하는 부수적 피해였을지라도 민간인에게 피해가 갔다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다른 여타의 사건들과는 그 급이 다른 듯 하다. 피해를 입은 군인과 민간인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슬픔을 느낀다. 

- 남한 사람으로서 북한에게 화를 내는 것은 매우 쉬운일이다. 그리고 북한의 잘못을 탓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감정적으로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가장 절실한 심정은 어떤 이유로든, 어떤 목적으로든, 누가 잘못했든 이 땅에 전면적인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그러한 바람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우리의 시선은 북한보다는 남한을 향하는게 당연하다. 만약 내가 깡패가 서성이는 골목에서 깡패한테 한대 맞고 도망쳤다. 나는 가족들과 이 문제에 대해서 의논할 것이다. 나는 물론 죄없는 행인을 때린 깡패를 비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근본적으로 깡패를 없에고 더 나아가 깡패가 나오는 사회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깡패의 마음을 조정할 수 없는 사람으로서 내가 취할 가장 반사적이고 우선적인 태도는 깡패가 자주 나오는 그 골목에 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며 다른 가족들에게도 거기 주변을 다닐 때 조심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비유가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어찌됐건 남한 주민으로서 남측과 북측의 명분과 잘잘못보다는 전쟁을 피하는게 최우선순위이며 따라서 내가 관심을 갖는건 우선 그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 결코 북의 선제공격에 의한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을것이라 본다. 많은 과거의 사건들로 볼때 북한의 무력 행동들은 어떠한 이익을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규모로 벌어졌다. 이번 연평 폭격도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열악한 군사력 차이를 감안할때 북한이 한국과 전면전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란 상상하기 어렵다. 혹 후세인이 잘못 판단한 것 처럼 남한과 전면전을 해도 절대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갖지 않는 한 말이다. 그래서 나는 북한이 남한과의 전면전을 염두에 두고 선제공격을 펼칠거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이 날 수도 있으니 우리의 무력을 더 강화시키고 더 안보를 철저히 하고 강경하게 대응하자고 하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무리 우리의 방어태세가 견고하다 하더라도 완전하게 무력도발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도 테러에 대해서 완벽히 방어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보았다.

 

- 그렇다면 전면적인 전쟁이 날 가능성은 두가지 정도이다. 하나는 사소한(규모가 작다는 뜻이며 한두명의 죽음이 사소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무력충돌이 지휘부의 오판과 충동적 명령으로 인해 확전될 가능성이다. 이를 막기 위해 우리는 남한의 주민으로서 남한 정부에게 과도한 대응을 삼가해달라고 요구 할 수 있다. 확전을 원하지 않는 다면 말이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몇배의 강력한 응징이라는 말은 우려된다(물론 그는 확전되지 않게 하라는 말도 했다. 이것이 진심일 것 같고 볓배의 강력한 응징은 어떠한 결집효과를 누리려는 수사일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이명박대통령의 수사는 북한과 크게 다를 것 없다.)

 

- 또 다른 가능성은 미국에 의한 선제공격이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남북간의 전쟁에 의한 피해가 적다. 따라서 미국이 고려하는 것은 언제나 미국의 군사정치적 이해득실이다. 남북간의 전면전이 군사정치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확신이 들면, 또는 그러한 확신이나 원칙을 가진 사람들이 주도권을 쥐면 언제든 미국은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한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는 군사정치적 이해득실과 더불어 신변의 안전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군사적으로 정치적으로 이익이 된다 하더라도 내가 죽는다면, 내 가족 친지가 죽는다면, 내 이웃이 죽는다면 우리는 결코 전쟁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군사정치세력이 미국의 입장에 더 가깝게 보인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들 자신은, 그리고 그들의 이웃과 가족 친지는 전쟁이 나면 별 피해가 없을 가능성이 큰 것도 우리는 고려해봐야 한다. 전쟁을 결정하는 사람은 전쟁을 수행하는 사람들과 다르다는 보편적 상식을 말이다.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해 주권자로서 전쟁을 지양하고 평화적인 노선을 택하는 정치세력을 지지할 수 있다. 또한 전쟁을 반대하는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할 수 있다.

 

- 선제공격으로 북한을 공격한다면 우리는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긴 하지만 일단 전면전이 펼쳐진다면 북한은 최선을 다해 저항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미국사람이든 한국사람이든 북한사람이든간에) 죽어나갈 것이다. 또한 중국이나 러시아의 개입을 불러온다면 더 큰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 1,2차 세계대전도 결코 특정 국가가 세계대전을 일으켜야지 하고 결심하고 계획하고 일어난 것은 아니며 우리는 또 다른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비난할 명분이 미국에겐 없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에게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말 할려면 어떠한 명분보다는 실리적인 거래로서 행해져야 한다. 최근 원심분리기의 공개와 바로 이은 연평도 폭격은 이러한 거래선상에서 북한의 패로서 수를 쓴것이다. 물론 그 수는 무리수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의 요구는 꽤 명확하다. 나는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다소 고깝더라도, 다소 군사정치적으로 불이익을 보더라도 어느정도 협상에 임하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전쟁이라는 더 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남한 주민으로서 당연한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의 협상과정에서 벌어지는 무리수들을 위해서 희생되는 많은 사람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그러한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급적이면 평화적인 원칙을 고수하는 정치세력이 한국에서 힘을 얻길 바라며 우리들 각자 나름으로도 그러한 정치적 행동을 했으면 좋겠다.

 

나중에 좀 더 사건의 맥락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또 한번 끄적여보리라 생각하며 오늘의 단상을 마친다. 정리되지 않은 끄적임을 밸리에 내보내는 것이 조심스러우나 혹 내가 생각지 못한 다른 방향의 시각을 들을 수 있을까 하여 밸리에 내보내 본다. 물론 아마도 많이 읽히진 않을듯.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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