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드에서 보는 앰네스티 by 젊은노인




영드(영국드라마)를 보다가 반가움에 한 장면을 캡쳐했다. 바로 앰네스티 피켓이 대문짝만하게(과장을 좀 섞어서) 앵글에 잡힌것이다.

The IT CROWD는 한 대기업의 IT부서를 다룬 코믹한 시트콤형식의 영국드라마이다. 시즌 4가 진행중이니 나름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30층의 거대한 기업이지만 IT부서는 고작 네명의 직원뿐으로 지하에서 근무한다. 그중에서 두명은 컴퓨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비루한 상황에서 각각의 캐릭터들은 어마어마한 개성을 뿜어내며 각종 웃음을 유발한다. 유명한 미드인 빅뱅이론과 비슷하다면 비슷한 컨셉(백인 미녀와 똘아이 천재들)인데 웃음의 코드는 매우 다르다.

이들의 사무실이 난장판인 것 처럼 이들의 삶도 난장판이다. 최고의 기술자이자 천재성이 번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들의 재능을 별로 필요로 하지도 않을 뿐더러 어쩌다 이들이 공을 세워도 다른 부서에서 이들의 공을 가져간다. 이들은 또한 최소한의 사회성조차 없어서 더 무시받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은 꽤 순수하고 착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이들은 어느정도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유료음악다운로드를 주장하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 처럼 각종 옷이나 사무실의 소품, 포스터등이 그러한 입장을 슬며시 던지고 있다. 게이에 대한 뮤지컬을 보면서 좌충우돌하기도 하고 국방부 대변인으로 잘못 출연한 뉴스에서 이라크 참전에 대해 잘못이라고 말하는 등 나름대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앰네스티 피켓도 그러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시즌 3의 첫 에피에서 등장한 장면인데 절대 그냥 스쳐 지나간 장면은 아니다. 등장인물들이 가장 빈번하게 잡히는 구도에 큼지막하게 protect the human이라는 피켓이 놓여져 있다. 이 에피에서는 계속해서 저 피켓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3시즌의 다음 에피들을 보지 않아서 그 이후는 모르겠지만 구도 앞에 어떤 글자들이 담기는지 굉장히 신경쓰는 영상의 특성상 모르고 놓여지진 않았을 거다. (물론 내가 앰네스티 회원이라서 오바했을지도 모른다) 의도적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영국의 사무실 분위기를 나타내려 했다면 더 재밌는 일이다.

언젠가 이런얘기를 들었었다. 영국에서는 앰네스티가 뭘 주장하는지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다고. 그런 점에서 한국과 매우 다르다고. 그렇다. 한국에서는 내가 앰네스티에 대해서 말하면 대부분 그 이름도 못들어봤거나 알더라도 그저 인권단체정도로만 알고 있다. 앰네스티가 어떤 활동과 주장을 하며 어떤 성격의 단체인지는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러한 현상은 당연하다. 앰네스티가 처음 시작된 것이 영국이고 지금도 국제 사무국과 같이 핵심적인 기관들이 영국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앰네스티가 알려져 있다고 불평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기 시트콤에서 앰네스티의 피켓이 (의도적으로든 아니면 평범한 분위기를 연출하려 했든) 큼지막하게 등장하는 것이 일견 부럽기도 한 마음으로 끄적거리게 됐다. 지붕 뚫고 하이킥이나 김탁구같은 드라마에 앰네스티 피켓이 큼지막하게 배경 소품으로 등장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아직은 어색한 것 같다. 앰네스티의 인권에 대한 입장은 매우 온건하며 신중하고 상식적이다. 물론 서구의 기준이지만 대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들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앰네스티가 잘 알려지고 상식적인 위치가 됐으면 좋겠다. 상식적인 위치란 많은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으며 또 앰네스티가 주장하는 그 가치가 상식이 됐으면 좋겠다는 두가지 뜻을 담아보려 했다.

마지막으로 protect the human 이라는 문구를 구글과 네이버에 각각 검색해봤다. 구글에는 정말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protect the human이라는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네이버엔 웬 돼지 사진 하나만 떨렁 검색됐다. 왜 그럴까.

구글에서 건진 몇장의 좋은 사진들을 첨가하며 끄적거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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