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정치적이다. by 젊은노인

노은도서관은 생긴지 며칠 안된 도서관인데 그래서 책이 많진 않다. 하지만 오래된 책은 많지 않으나 도서관을 열면서 새책을 꽤 많이 구비해놔서 건질책이 꽤 있다.

오늘 도서관에 책보러 갔다가 작아서 잘 안보이게 꽂혀있던 <인권은 정치적이다>(앤드류 클래펌/박용현, 한겨레출판, 2010)가 오늘 건진 책이다.

이 책은 문고판으로 가볍고 얇고 디자인도 비교적 세련된, 한겨레출판의 야심작으로 보이는 한겨레지식문고의 첫번째 책이다. 인권에 대한 개론/입문서로 요약/압축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을 다 읽진 않고 목차를 보면서 관심이 가는 부분들을 골라서 봤다. 인권의 역사라든가 UN에 대한 얘기라든가 사형제에 대한 얘기는 건너뛰었다.(다 알지는 않지만 일단 흥미가 적게 갔다)  그 외에는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았는데 만들어진 개념으로서의 인권의 한계와 범위를 설명해 놓은 1장 인권이란 무엇인가와 자유,권리등과 인권에 대해서 잘 구분해 놓은 5장 자유에 대한 정당한 제한과 6장 권리들 간의 저울질 : 사생활 보호의 경우 가 특히 흥미로웠다. 7,8,9장은 이슈별 성격이 짙은데 7장은 요새 <인권의 대전환>(교양인, 2010)을 통해 자세히 읽고 있기 때문에 훑어보는 수준엣 그쳤지만 나름 좋은 내용이 많은 듯 했다.
(7장에서 교육에 대해서 쭉 설명할때 인권과 거리가 먼 한국의 교육 현실에 심한 안타까움을 느꼈다. 학부모가 아닌 교사들이 체벌권을 주장하고 오로지 상위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교육만 강조되는 비인권적인 학교. 도덕이 아닌 인권과목의 개설이 시급한 것 같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비교적 쉽고 간결하게 핵심적인 요소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인권이란 개념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친구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 마땅치 않았던게 사실이다. <인권의 문법>은 너무 딱딱하고 <인권의 대전환>은 그야말로 전환이라 제 2세대 인권개념에 대해 어느정도 지식이 없으면 별 의의가 없는 듯 하고 <세계인권사상사>는 너무 두껍고 나도 안읽은 책이라 추천하기가 마땅치 않았다. 문고판 책세상에서 나온 비타 액티바 씨리즈의 1권도 인권인데 요건 아직 내가 못읽어봤다. (요것도 조만간 읽어봐야지) 또한 비교적 최신(원서 2007년, 번역판 2010년)의 인권내용까지 다루고 있어서 더 요긴할 듯 하다. 뒷편에 부록으로 인권선언문과 인권에 대한 다른 서적들 소개가 나와 있는데 그것도 유용하다.

어쨌든 이 <인권은 정치적이다>를 읽어보는 것은 인권개념을 잘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나 또한 인권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면서도 인권이란 개념을 남발하면서 살아왔는데 최근 들어 혼란스러웠다. 이 책을 읽고는 어느정도 확실하게 개념을 정리한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인권이란 개념이 제목에서도 그 함의를 드러내지만 명확하고 명쾌하지 않다. 민주적인 절차와 정치적 과정을 통해서 현실사회의 많은 인권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인권이기에 이러한 제목이 나온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분명한 것은 인권에 대한 개념을 잡고 인권에 입각한 분명한 '원칙'을 세운 후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인권은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며 본래 관계에 기반한 '정치적'인 것이다.

조금 아쉬운 점은 책의 제목이다. 이 책의 원제는 A very short introduction : human rights 이다. 직역하면 '인권에 대한 매우 얇은 입문서"정도 될텐데 이 책의 제목은 "인권은 정치적이다"가 되버렸다. 물론 저자는 책의 여러군데에서 인권은 정치적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이라는 말이 한국에서 어느정도 거부감을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책의 제목도 약간은 부담스럽다. 책에서 정치에 대해 쭉 설명을 해나가면서 개인과 공동체들간의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과정으로서의 정치를 말하며 정치적이라는 말을 하는 것과 제목으로서 다루는 것은 어느정도 차이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눈에 잘 띄고 도발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서 이런 제목을 사용했겠지만 자칫 '정치적'으로만 비춰질까 걱정되는게 사실이다.

또 하나, 국제앰네스티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 한국에서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라는 공식명칭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것이 국제사면위원회로 번역되어 아쉽다. 출판사에서도 원칙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미 언론보도와 같은 경우 국제앰네스티라는 명칭을 존중해 주고 있는 만큼 책에서도 국제앰네스티라는 명칭을 사용했더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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