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통치기법을 보라. by 젊은노인

[김대중 칼럼]북한에 식량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대한민국의 통치기법을 보라.

올해는 유난히도 큰 비가 내렸다. 탁월한 경제성장을 자랑하는 한국의 수도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도 물에 잠길만큼 대책없이 내린 비에 기반시설이 부족한 북한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을지는 뻔하다. 인명피해와 쌀농사를 비롯한 농사의 손실과 더불어 말라리아나 콜레라등의 전염병도 큰 위협이었다. 북한이고 아프리카고를 떠나서 이들은 죽어가는 사람이며 이들을 급하게나마 돕는것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필요하다. 나 스스로도 평소 자선이나 구호보다는 근본적 구조개혁이 더 필요하다고 보지만 그러한 방향논의는 일단 지금 죽어가는 사람앞에서는 무력하다. '지금' 그들에겐 식량이 필요하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의 오늘자 칼럼은 위험한 오류를 많이 담고 있다. 글의 초입에 있는 대북지원에 대한 입장을 두 가지로 분석한 정리는 북한을 도와줄것인가, 김정일 정권을 망하게 할것인가로 수 많은 입장을 양분함으로써 북한을 도와주자고 하는 주장을 모두 김정일 정권에 협력하는 것으로 수렴하게 하는 위험한 이분법적 발상이다. 이 참에 쌀을 지원하자는 사람을 싸잡아 친북좌파로 몰려는 다분히 의도적인 발언으로 보인다.

김대중씨가 말했듯이 탈북자들간에도 견해가 갈리는 만큼 한국이 지원한 쌀이 북한 주민에게 잘 분배되느냐에 대한 사실적 분석은 힘들다. 북한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기아로 죽어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이 지원하는 쌀로 북한 주민을 모두 고르게 먹일 수는 없지만 부분적으로 어느정도의 혜택은 돌아가게 할 수 있을것이다. 다만 얼마나 '고르게' 돌아가느냐에 대한 판단은 내리기 어렵다. 조선일보와 김대중 고문은 '마음에 남은 한 탈북자의 말'만을 근거로 위험한 프레임을 형성하려고 하기 이전에 쌀이 실제로 김정일 정권만 배불린다는 구체적 근거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평소 굶주리는 북한동포니, 남한보다는 북한인권이니 운운하며 북한인권에 대해 그토록 소리를 높이던 자들이 유독 대북쌀지원에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의아하다. 쌀로 핵무기를 만든다거나 군량미 100만톤으로 총알을 삼는 것이 걱정되서가 아니라면 이러한 반대는 "지금을 희생해서라도 내일을 살리자는" , 즉 지금 북한 국민들을 굶겨 죽여서라도 정권을 무너뜨리자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 같다. 북한 주민을 굶기면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은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상관관계가 약하다. 김대중 고문의 글 내부에서도 모순(빈곤한 백성은 정권을 엎지 못한다)을 드러내며, 희생해야 한다는 '지금'은 이미 수구세력들이 수십년간 말해왔기에 그때가 언제 도래할지 의문이다. 도대체 몇십년간의 '지금'동안 얼마나 더 굶겨야 정권이 무너지는 '내일'이 오는가. 언제 올지 모르는 내일을 기다리며 '지금'도 수백만명은 기아와 질병에 쓰러지고 있고 그것을 외면하며 누가 북한인권을 얘기한단 말인가. 이러한 기 현상은 북한인권을 말하는 자들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이라는 사실을 함축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100만톤을 한 해 저장하는데는 3000억원의 돈과 그만한 시설이 든다. 북한이 이러한 쌀을 쌓아둘 만큼 여력이 있을까?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의 말에 따르면 군량미가 100만톤이나 있다는데 그 출처도 없는 말이 설사 맞다고 가정해도 추가로 100만톤을 준다면 대체 어디다가 어떻게 쌓아 놓는다는 것일까. 이순신장군이 했듯이 산에다가 쌀을 산더미같이 쌓아놓을 수 있을까? 아니면 중국이나 리비아에 쌀주고 엿바꿔먹을 수 있을까? 굶어죽어가는 북한 백성들은 안타깝고 쌀은 진심으로 주고 싶은데 김정일 정권만 배불리는게 두려운 것이라면 차라리 원칙적인 쌀 지원에 동의하고 대신 그 경로나 분배과정을 더 투명하게 요구하고 분석을 하자는 것이 그 진심을 드러내는 주장이 아닐까.

특히나 핵무기를 만드는 것이 진심으로 두렵다면 쌀을 줘서 북한 민중의  '저항'을 지원할 것이 김대중 고문의 이론(빈곤이 저항력을 약화시킨다는. 하지만 내가 보기에 저항력은 경제력보다는 통치체제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 같다. 굉장히 빈곤한, 네팔, 미얀마등의 아시아 국가도 그렇고 아프리카와 남미에는 수많은 내전과 저항이 일어난다)에 따르면 차라리 낫지 않을까.  김영삼 대통령 시절처럼 전쟁의 위험을 극도로 높였다가 엄하게 퍼줘서 핵무기 발전을 촉진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역대 정권중 북한에 가장 많이 '퍼준' 정권은 김영삼 정권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한반도에서 핵을 없에고 싶다면 현재 남한에도 수두룩하게 있을것으로 추정되는 핵무기에 반대하라. 우주에 쏘고 싶었으나 동해바다에 냅다 꽂은 북한의 핵무기보다 훨씬 강하고 '검증'된 핵무기가 바로 우리들이 사는 이 땅에 있을 것이다.

김대중 고문은 막연한(도대체 누구의 평화주의인지 알 수 없는) 평화주의를 비방한다. 그가 뭉뚱그려 놓은 대북지원, 협력, 대화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어떻게 지원을 하느냐, 어떤 식으로 협력하느냐를 놓고도 많은 이견이 있다. 대화는 우리가 통일을 해야 한다면, 아니 통일을 원치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국제관계이다. 복잡하고 끝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떠한 지원/협력/대화냐의 논의에는 참여하지 않고 "무책임한 평화주의"라고 비방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가 말하는 '책임'있는 자세는 어떠한 것인가. 구체적인 상관관계(우리가 아무리 지원해도 북한주민엔 돌아가지 않고 김씨왕조만 배불린다)와 통치기법(주민들을 굶겨서 저항력을 빼앗고 정권을 유지시킨다)를 고려하여 북한인권을 해결하고 싶다면 결국은 전쟁을 원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된다. 수십년동안 기다려도 오지 않는 내일을 앞당기려 전쟁을 하자는 의도가 아니라면 뭔가. 지금의 분단상태도 유지하고 북한주민들을 비교대상으로 삼아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워 기득권의 세력을 유지하려는 '통치기법'인가? 어찌됐든 북한과의 전쟁에 반대하는 모든 입장을 가리켜 그가 '평화주의'라고 했다면 난 '평화주의'에 동의한다.

김대중 고문에 따르면 우리가 쌀을 줘도 북한 주민은 굶고 쌀을 안줘도 굶는단다. 그런데 그것과 하등 상관없는 남한없는 남한의 시위에 대해서 언급한다. 물론 김대중 고문은 남한의 민주화의 결과인 시위를 '시위만능의 문화'라고 폄하하는 동시에 그러한 민족성을 똑같이 가진 북한 주민이 시위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남한에서 하루에도 수백건씩 봇물처럼 터지는 '시위'는 그의 글에 있는 사회학자의 말을 보면 나타나듯이 한민족의 민족성때문이 아니라 사회구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정치민주화는 어느정도 됐지만(물론 이명박 정부 들어 후퇴하고 있지만)  경제민주화는 덜 됐으며 부패 불법 차별등의 내재된 모순과 갈등이 워낙에 많은 나라이다. 나라 전체의 부는 세계경제 10위권이고 선진국들의 잔치인 G20을 개최할 정도로 대한민국의 '경제력'은 커졌다고 자랑하지만 여전히 그 '경제력'의 분배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 양극화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만큼 이미 그 '경제력'이 소수에게 집중돼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고 인종,성,장애,경제수준에 의한 차별은 만연해 있으며 표현의자유/언론의자유를 비롯한 인권지수는 후진국 수준이다.

김대중 고문이 부러워 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평온해 보이는 서구 선진국들도 여기까지 오는데 수많은 유혈혁명과 전쟁을 겪으면서 수백년의 세월을 거쳤다. 그러한 과정속에서 (여전히 남아 있지만) 어느정도 갈등이 줄어들고 모순이 적어진 까닭에 지금은 비교적 평화로운 시위문화가 정착된 것이다. 물론 지금도 프랑스 등의 나라에서는 총파업이 한창이기도 하다. 즉, 시위문화는 한국인의 민족성 때문이 사회의 갈등구조이며 민주화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김대중 고문이 말하고 싶은 것은 아마도 남한이 "경제력"에서 북한보다 우월하니까 너희가 시위라도 하지 않겠냐는 것 같은데 진심으로 그가 시위만능의 문화가 줄어들길 바란다면(그가 집회/시위/결사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반민주적 소신을 가진게 아니라면) 누구보다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불평등, 그리고 인권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다.

북한과의 전쟁위협을 높이고, 대화/지원/협력을 부정하며 '평화주의'를 무책임하다 폄하한다. 근거가 부족한 천안함 침몰사건을 북한의 소행이라 서둘러 단정지어 선거에 활용하고 '안보'를 내세워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묵살한다. 국익이라는 명분 앞에 수많은 개인들의 이익은 외면하며 소수 특권층의 이익을 온갖 편법과 불법으로 지켜준다. 밥먹여줬으면 됐지 뭘 더 원하느냐, 북한보다는 경제력이 월등하지 않느냐며 지금 여기, 인권과 평화, 민주주의를 짓밟는 대한민국의 '통치기법'에 그는 왜 침묵하는가.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