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삶 by 젊은노인

엄마가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키우는 애들이란 기사로 얘기를 꺼냈다. 애들을 키우는데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순위가 나왔다고 하는데 탐크루즈, 안젤리나 졸리, 베컴등의 아이들이 순위에 올랐다면서 1등이 누굴거같냐고 하셨다. 동생과 나는 이건희, 타이거우즈, 빌게이츠등의 이름을 댔는데 답은 전용기도 타고 다니고 수많은 경호요원도 델고 다니는 오바마의 자식이란다. 그러면서 이렇게 비싸게 키우는 아이들의 부모도 아이들이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아이들이 얼마나 돈을 쓰는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뒤따랐다. 몇억짜리 페라리 장난감, 150만달러짜리 가방, 초호화 명품 옷, 초호화 별장 등등. 그 아이들은 매번 생일이면 소원이 이뤄지는 날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화려한 생활을 꿈꾸는 아이들, 그보다 더 아이들에게 최고의 만족감을 주고 싶어하는 부모들의 로망이라 할 만 하다.

난 좀 이상하다고 했다. 명품 옷과 장신구로 도배하며 호화로운 소비를 하는 스타의 자식들과 공직자로서 어쩔수없이 동행하게 되는 경호요원과 전용기등을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 않냐고. 또 기사가 어디서 나온건지 몰라도 오바마를 굳이 거기에다 넣은게 진보적 정치인이라는 오바마를 부자로 보이게 만들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는 것 같다고 말이다.

또 하나, 그들이 말하는 평범함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수십만달러짜리 옷과 가방을 사주고, 아이들이 꿈꾸는 비싸고 좋은 것들을 다 이뤄주는 부모가 과연 자식을 평범하게 키우는 것일까? 또한 그러한 것들을 언론에 내보내며, 자신의 아이들을 자신들만큼의 스포트라이트에 노출 시키는 것이 자식이 평범한 삶을 살길 바라는 부모인가?

그들은 돈이 많고, 워낙 잘 살기 때문에 그정도의 소비가 사치가 아니고 또 과한게 아닌 것인가. 또한 외국에선 가족들이 항상 같이 휴가도 가고 많은 일들에 동행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비싼소비가 되는 것이고 부모가 스타라고 해서 애들을 혼자 집에 버려둘 수는 없지 않기에 당연하다고 할 것인가. 워낙 파파라치가 많기때문에 부러 노출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슈가 되며 주목을 받는 것인가? 그렇기에 그들의 자녀들은 어쩔수 없이 평범과 거리가 먼 삶을 살게 되는 것인가.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들은 스타다. 그들은 축구나 영화와 같은 그들의 본업에서도 돈을 많이 벌지만 CF나 TV출연으로 엄청난 부를 쥔다. 그들이 돈을 버는 방식을 떠나서 그들이 돈을 벌고 쓰는 양은 절대 평범하지 않다. 그들은 편안하고 호화로운 삶을 즐기며 그러한 모습을 내보이며 산다. 그러한 평범하지 않은 삶에 거리없이 그들의 자녀를 동행시키는 것은 결코 자녀를 평범하게 키우는 것이 아니다. '아주'좋은 옷, 좋은 음식, 좋은 집, 좋은 별장, 좋은 장난감, 좋은 차 등에 그들의 자녀는 익숙해지고 그것들의 수준은 보통 벌어 쓰는 평범한 수준과는 천지차이로 벌어지게 된다.

물론 연예인의 사생활은 보다 많이 노출된다. 항상 파파라치가 뒤쫓고 그들의 아이들을 호시탐탐 카메라들이 노린다. 그들의 이웃들의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몇십만달러짜리 옷과 장난감이 필요할 수도 있다. 평범하게 키우기는 이미 그른 상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가 평범한 아이로 자라났으면 하는 부모라면 어느정도 노력을 할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수준에서 그들의 삶의 수준을 설정해줘야 한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 자식이 평범한 삶을 살기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그들 스스로 평범한 수준의 소비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스타기에, 사람들의 소비욕구와 사치심을 자극하기 위해 비싼 삶을 영위해야 한다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은 평범하지 않지만 아이는 평범하길 바란다면 그렇게 아이의 수준을 맞춰줘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파파라치가 쫓아다닌다 해도 최대한 노출을 피하게 해줘야 한다. 많은 사람들의 동경어린, 질투어린 시선은 아이의 삶을 이미 평범하지 않게 만든다. 설사 노출 된다 해도 그들의 자녀가 만약 수십만달러짜리 옷을 입지 않고 있거나, 수억원짜리 페라리 장난감을 갖고 있지 않거나, 초호화 명품가방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들은 가십거리가 되지 못한다. 그들이 평범하게 보통 사람처럼 꾸미고 보통사람처럼 열심히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면 그 평범함이 신기해 한두번쯤 언론을 탈 수 있겠지만 스타의 평범하지 않은 삶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이런 것들이 그들에게 과도한 피곤함을 줄지도 모른다. 스타라는게 죄도 아니고 말이다. 뭐 이래저래 평범한 삶의 수준을 맞춰주는게 힘들다고 투덜댈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자녀가 평범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면 자식이름으로 된 명품브랜드를 런칭하거나 광고 모델로 데뷔시키거나 하진 않을 것 같다.

이러한 가십이 끼치는 영향은 크다. 평범한 사람들은 오히려 그들의 삶을 동경한다. 마음껏 쓰고 마음껏 꾸미고 마음껏 화려해지는 그들의 소비를 부러워하고 꿈꾼다. 또한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무언가를 원할때마다 가계부와 씨름해야 하는 자신들의 경제적 수준을 떠올리며 스스로 초라해진다. 스타들에게도 애환이 없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매스컴과 가십은 그러한 애환은, 고충은, 그림자는 잘 비추지 않고 그들의 화려함만을 보여주게 마련이다. 이러한 화면을 바라보녀, 잡지를 넘기며 우리들의 머릿속에서 그들의 삶을 꿈꾼다. 아니 가슴으로 꿈꾼다. 우리의 꿈속에서 우리들도 스타처럼 화려한 생활을 영위하고 우리들의 자식또한 부족한 것 없이 좋은것으로만 준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우리들의 형편보다는 스타들의 형편에 맞춰 입장을 정한다. 그들의 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그들의 소비는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왜 우리들도 그러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입장도, 우리의 욕심도 그들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없어서 그렇게 하지 못할 뿐인거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또 슬퍼진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건 아니다, 난사람이 되기 보다는 된사람이 되어야 한다, 조금씩 가난해지는 조금씩 덜어내고 스스로 낮아지는 삶이 좋다는 소리는 많이 들어봤는데 왜 자신에게 부가 들어왔을때 그걸 스스로 차는 사람은 별로 없을까. 왜 최고의 주목을 받는 스타나 CEO같은 사람 중에서 스스로 평범한 삶, 스스로 덜어내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일까. 그들의 평범함에 대한 기준은 시급 사천원을 받는 나의 기준과는 너무도 다른 것일까? 아니면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에 대한 유혹이 불가항력적인것일까. 아니면 자본주의의 속성상, 매스컴의 속성상 그런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어서 잘 전달이 되지 않는 것일까. 많이 바라지도 않는다. 모두 '조금씩' 덜어내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최고의 스타가 귀농을 선언하며 최고의 사업가가 생태주의적 삶을 살기를 선언하는 그런 꿈을 오늘 또 꿔본다. 노무현의 다른 면은 잘 모르겠지만 봉하마을의 소박한 '아방궁'에 살면서 농사를 지으며, 시민들과 손 마주잡으며 살아가려고 했던 그런 소박함 만큼은 오늘 많이 그립다. 자식 정치인이나 자산가 만들지 않고 비교적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려 했던 그 소신만큼은 오늘 또 많이 그립다.

p.s. 안젤리나 졸리의 자선행위에 완벽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왜 한국에는 그정도의 컨셉을 가진 탑스타가 없을까. 생니를 빼서가 아니라 평화주의의 신념을 갖고 병역을 거부하는 연예인, 앞장서서 피부색이 다른 아이를 입양하는 연예인, 동성애의 커밍아웃이 당연해서 별 이슈가 안되는 연예인, 인권을 위해서 무료로 무대에 서는 연예인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이것은 비단 연예인의 문제가 아니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회의 폐쇄성때문일것도 같다. 하지만 무모한 오기로라도, 용기로라도 그렇게 하는 연예인이 한번쯤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올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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