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좌파 by 젊은노인

김규항의 책을 읽는 건 처음이다 반갑다.

신문사에서 알바를 할 때 여론미디어면을 담당하는 팀장님과 밥을 먹은 적이 있었다. 칼럼, 기고등을 총괄하는 면이다. 나에게 물으셨다. 학생은 누구 칼럼을 좋아해요. 난 딱히 선호하는 필자가 있다기보다는 그 때 그 때 내용에 따라 좋고 나쁨을 가린다고 했다. 그런데로 솔직한 대답이긴 했지만 사실은 내가 선호하는 필자가 누군지 딱히 떠오르지 않았었다. 그렇게 말을 하고서 몇 초 뒤에 내 머릿속에 한두명의 필자가 스쳐갔고. 난 부연했다. 굳이 꼽자면 김규항씨 글이 가장 와 닿는 것 같습니다.

나는 김규항을 좋아한다. 그의 문체가 좋기도 하겠고, 그가 나와 비슷한 신앙을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맘에 드는 것은 그의 비타협성이다. 그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거나 새로운 주장을 펼치는 사람은 아니다. 그의 주장은 낡았다고 비판받고 있기도 하며 어떤 전문분야를 가진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적어도 그가 아는 한에서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으며 적어도 그의 글속에서는 타협하지 않고 있다. 맞다. 그에게는 관대함이 없다. 그러한 생각들이 그의 삶과 글속에 나타나고 있으며 나는 그러한 점을 좋아한다.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김규항을 그저 블로그로만, 신문칼럼으로만 읽고 있다가 그의 첫 책 <B급 좌파>를 빌려 읽게 됐다. 이 책은 그가 10년전쯤에 씨네21 유토피아 디스토피아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을 모은것인데 듣기로는 상당한 히트를 치며 세상에 그를 글쟁이로 알렸다고 한다. 10년전의 그의 글은 일부 낡고 진부해졌지만 여전히 그 날이 퍼렇다.

그의 글들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그가 나랑 어느정도는 비슷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물론 어떤 사람에게나 이정도의 유사점은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글중 디제이디오씨에 대한 예찬이라든가, 잦은 이사라든가, 대구에 살다가 대전으로 이사갔다는 얘기라든가, 예수에 대한, 민족주의에 대한 그의 생각이라든가 또 이 밖에도 글 이곳저곳에서 드러나는 생각들은 나의 얘기라 할 만큼, 나의 생각이라 할 만큼 비슷하다.

물론 내 생각과 다른 부분도 많다. 그것은 이 글이 10년 전의 글이어서이기도 하고 그와 나의 세대나 지식함량이 달라서 그렇기도 하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또 이정도 다름은 있게 마련이겠지만 말이다.

아이를 키우지 않기로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이사람처럼이라면 아이를 키우면 어떠한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김규항. 간간이 나오는 그의 아이키우는 이야기는 그 쏠쏠한 재미만큼이나 나에게 부러운 마음을 선사한다.

그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으나, 세상에 나온 그의 책이 너무 적기에 아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보며 그가 즐겨 읽는다는, 또 그가 적극적으로 권하는 김수영 산문집을 구해봐야겠다고 결심한다.

글을 다 쓰고 생각해보니 그의 책을 읽는게 처음은 아니었다. 작년에 그의 <예수전>을 읽어봤는데 그 때와 느낌이 사뭇 다른 것은 이 책이 그 자신에 대한 내용이 많이 담겼으며 그의 구체적인 생각들을 더 드러내고 있고 그를 세상에 알린 책이란 점 때문인것 같다.

새삼 반가워 끄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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