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 by 젊은노인

6월이 지났다.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라 한다. 현충일도 있고 한국전쟁이 일어난 육이오도 있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또 언론에서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건들을 강조한다. 북한이 남한을 쳐들어 온 것을 기억해야 하며 그러한 침략에서 우리 나라를 민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에서는 각종 행사를 열고 티비에서는 특집 다큐멘터리로 다루고 신문에서는 기획 기사로 다룬다.

얼마전 동생학교의 교장선생님이 아이들의 역사의식에 문제가 있다며 한국전쟁을 일으킨 곳이 어디인지, 우리를 구해준 고마운 국가는 어디인지(미국)를 특별한 시험까지 봐가면서 강조했다고 한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625사변을 누가 일으켰는지 누가 우리를 구해줬는지를 요즘 학생들이 모른다며 안타까워 한다.

맞는 말이다. 역사는 기억해야 한다. 흥미나 사실로서의 역사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역사는 단순히 현재와 단절된 과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복잡한 사회와 연결되고 또 미래로 흘러간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갖는다. 지금의 어떤 인물과 집단이 어떠한 행동을 하고 어떠한 말을 하는지, 어떠한 주장을 하고 요구를 하는지를 알려면 또 이러한 복잡한 주장들과 요구들의 충돌, 인물과 집단들의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선 어떠한 맥락하에서 그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지 알아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는 삼일운동과 육이오 뿐만이 아니다. 잃어버린 10년의 경제위기뿐만도 아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군대가 또 미국의 군대가 과거에 어떠한 일들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의 한나라당이 어떠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는 4.19와 5.18, 6,10등의 민주화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들을 어떻게 기만하고 폭력을 행사해 왔는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현재 대한민국에 심각한 사회분열을 가지고 오는 지역감정이 어떻게 생겨왔는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 한국의 자랑스러운 면면들과 함께, 또 한국이 외국에 당한 부분들만이 아닌 한국이 가진 부끄러운 역사, 피해를 준 역사들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는 육이오와 미국의 은혜에 대해 역사의식을 운운하는 자들에게는 간과된다.

이명박대통령은 이년 연속 5.18 기념행사에 불참했다. 더더군다나 올해는 그 30주년으로 그 의미가 더하다. 참석하기는 커녕 5.18의 대표적인 곡인 임을위한 행진곡을 금지시켰다. 보수언론들은 친일파에 대한 역사적 증명작업을 폄훼한다. 군부정권시절의 과거사에 대해서 진실을 밝혀내고 그 피해자들을 찾는 것에 대해서 모른체 한다. 한나라당은 사회분열을 부추키는 지역감정이 박정희 노태우 전두환 김영삼으로 이어지는 영남출신 대통령들에 의해서 어떻게 생겨났는지, 최소한 어떻게 굳어져 왔는지에 대해서 역사적인 흥미를 갖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지역감정을 강화하고 심화시켜서 자신들의 정권획득에 이용한다.

천안함사건은 이미 현재진행형인 역사적 과제이다. 대한민국의 과거이며 현재이며 미래이다. 하지만 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정부나 보수 언론의 태도는 정확한 역사를 규정하려는 태도라 보기 힘들다. 혹자는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리가 없다는 믿음때문에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때문에 침몰했다는 당연한 사실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렇게 주장하는 이들이 그저 북한에 대한 적개감을 갖고 혹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성급하게 밀어붙이는 것이라 보여진다. 하지만 적어도 나 자신은 정부가 납득할만한 증거를 제시한다면 북한의 공격이 아니라고 부득불 우길 생각이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현 상황에서 해명되지 않은 미심쩍음이 꽤나 많이 보인다. 그리고 북한이 공격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정치적 이익을 볼 집단이 명확하다는 점. 그리고 그 이익을 볼 집단이 조사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정황적인 의심이 충분히 제기 될 수 있다.

나는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할 생각이 없다. 다만 부탁하는 바는 제기되는 의심에 대해서 성의있게 객관적으로 해명하려는 노력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객관성을 획득하는 것은 보다 분명한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완벽한 진실이 가려지는 것은 수년, 수십년의 세월이 걸린다 해도 지금 논란이 되는 1번에 대한 화학적 분석이라든가, 어뢰에서 검출되는 물질, 물기둥이 솟구쳤다는 장소와 TOD영상의 유무는 성의가 있다면 해결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북한에 의한 남침만을 기억하는, 미국이 도와준 은혜만을 기억하는 편향적인 역사관은 갖고 싶지 않다. 북한이 남한을 공격한 역사적 사례와 더불어 남한 정부가 남한의 국민들을 속인 역사적 사례 또한 엄연히 존재한다. 일부 사람들은 왜 북한이 공격한 것을 믿지 않느냐며 답답해 하며 역사의식을 운운하지만 그들이 강조하지 않는, 그들이 편향됐다고 주장하는 역사적 사실들은 답답하게도 간과된다. 편향된 것은 누구인가.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천안함 사태를 비롯한 각종 중요 사안들에 보다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는 보다 균형잡힌 역사여야 한다. 한쪽만의 목소리만 강조되는 대한민국의 6월을 보내며 다시한번 되새겨본다.



덧글

  • 2010/07/04 04:2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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