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서울> - 즐거운 젊음의 현재를 위하여. by 젊은노인

<성난서울>

아마미야 카린, 우석훈 지음, 송태욱 옮김 / 꾸리에



작년에 지인이 좋다고 해서 보려고 구해놨던 책인데 분홍빛 이쁜 표지 때문인지 바빠서인지 읽지 않고 계속 책장속에 자고 있었다. 어제 유난히 책이 맛있던 날, 책장앞에서 어느 책을 읽을까 고르다가 여러권을 꺼내 들고 방으로 가져온 책중에 한권.

딱 펼쳤는데 아는 사람이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그 챕터를 읽었고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받고는 프롤로그를 읽었다. 아마미아 카린이 누구인가, 얼핏만 알고 있던. 그리고는 시간이 늦어 책을 덮고 잤다.

오늘 일어나서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책을 펴고선 이내 빠져들었다. 이 책을 읽는데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의 여운은, 의미는 오래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참고로 나는 책 읽는 속도가 빠르지 않다. 이 책은 얇고, 쉬우며, 재밌으며 탁월한 흡입력을 갖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누구나 아마미아 카렌의 매력에 빠지며 호기심을 갖게 될 것이다. 우파에서 좌파로(사실은 좌파같지는 않지만) 전향했으며 우익 펑크밴드 보컬에서 젊은 르포작가로, 운동가로. 롤리타 패션과 함께 언제나 톡톡튀는 행동과 말. 매력적인 글.
아니 일본에서 잠깐 왔을 뿐인데 어쩜 이리 예리하고 맥을 딱 짚는가 감탄했다. 그저 타고난 재능이라는 생각과 한국과 상황이 유사한 일본에서 쌓인 경험과 직관때문이라는 생각밖에는. 이 점에 대해서는 이 책에 종종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 우석훈씨도 언급했다.

"어떻게 보면 아마미야 카린의 글들은 가볍고, 발랄하고, 때때로 르포문학이라는 관점에서는 약간은 진중하지 못하다고 지적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녀는 사건의 핵심을 건너 뛴적이 없고, 사람들이 주목하지 못하던 요소 몇가지를 맥락 속에서 재연하는데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글쓰기가 비정규직과 20대 백수 즉 정규직 종신고용 체계 바깥에 있던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효율적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기는 어렵고, 또한 독자에게 일종의 일탈 파토스 같은 것을 만들어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 단락은 우석훈이 쓴 책의 맺는 글에 나오는 구절인데 아마미야 카린의 글을 읽고 나면 우석훈씨의 글이 굉장히 딱딱하게 느껴지고 우석훈씨가 굉장히 고풍스런 학자같은 느낌을 주는 것만 같다.(덧붙이자면 우석훈씨의 맺는 글도 참 재밌다. 게을러서 좌파이며 생태주의자라는 소리가 그렇게 와닿을 수가 없다. 좌파 우파란 말을 너무나 자주하는게 불편하긴 하지만(아직 뭔지 잘 모르는데 괜한 진영논리 같아서) 경제학자니까 그러려니 한다)

어쨌든 아마미야 카린의 글은 매끄럽고 간결하고 유쾌해서 책을 놓지 않게 만드는 힘이 있는 듯하다.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그게 이 책의 최대 장점일 것이다. "성난 서울"이라는 무서운 제목과 달리 책은 화사하다. '빈곤청년'이라는 무거운 내용과 달리 글은 재미있다. 핑크빛 표지의 <성난 서울>이라는 책은 겉과 속이 따블로 다른 그런 책이다.

이 책이 나에게 있어서 가지는 의미는 꽤나 크다. 카린은 뭘 할지, 당장 뭘 하고 싶은지 모르고 여전히 방황하는 나에게 한국의 수많은 움직임과 가능성들을 소개해 준다. 책에 나오는 단체나 사람들, 운동들은 다 대충은 알고 한번은 들어봤던 곳/사람/것 들이다. 직간접적으로 아는 사람도 한둘씩은 있었기는 하지만 자세히 알지 못했고, 자세히 알지 않았던 내용들을 나는 이책을 통해서 보다 흥미롭게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또 하나는 르포문학이라는 매력적인 장르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워낙에 글을 이쁘게, 재미있게, 매력적으로 쓰는데 재능이 없는 내가 당장 이러한 르포문학을 만들어내지는 못할지라도 재미있게 읽으며 배울 수는 있겠다.

또 하나. 한국과 일본의 상황이 당연하게도 많이 비슷하다. 그리고 이 책에서 한국과 일본의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간의 연대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경제가 어려워질 수록 내셔널리즘이 강화될 것이고 또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의 이 연대와 내셔널리즘의 충돌이 궁금하고 우려되기도 한다.


이 책에 붙어있는 부제는 "미래를..잃어버린..젊은 세대에게..건네는..스무..살의..사회학" 이다.(마침표 두개가 중간에 이토록 많이 찍혀있는 것은 젊은세대에게 사회학을 건네는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이기 때문인가 미래를 잃어버리게 한게 미안해서인가.) 책을 읽고 나서도 '사회학'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미래를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분명하게도, 연대다. 유쾌하고 가벼운, 그리고 절실한. 그리고 찾아야 할 것은 바로 먼 미래가 아닌 우리들, 모든 젊음들의 현재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둡지만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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