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아주 사소한 세상. by 젊은노인

아룬다티 로이의 소설 <The god of small thing>은 감칠맛이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사소한 것들의 신'이라 번역되었으면 더 정확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일상의 감각들, 즉, 보이는 풍경, 맡아지는 냄새, 들리는 소리, 만져지는 감촉을 우리는 그저 스쳐 지나간다. 너무나 익숙하고 우리의 삶이라는 이야기에서 별로 중요치 않은, 사소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새삼스래 선명히 느낄 때도 있다. 가끔씩 우리는 이러한 사소한 감각들을 연결고리 삼아 과거를, 추억을 우리 앞에 생생히 불러낼 때가 있다. 낯선 여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를 맡듯이 말이다. 길을 걷다 들려오는 철 지난 노랫소리에 함께 듣던 옛 연인을 떠올리듯이 말이다.

아룬다티 로이는 이러한 사소한 감각들을 놀랍도록(내가 영어에 대해서, 인도에 대해서 더 잘 알았더라면 훨씬 더 놀라웠을) 생생하게 풍부하게 아름답게 그려낸다. 문자그대로 감각적으로 말이다. 그의 글은 이 사소한 것들을 어루만져 어느새 아주 소중한 것들로 그 생명력을 발하게 만든다. 결국은 중차대한 역사로 가득할, 아니면 운명적 생애사적 사건들로 가득할 줄만 알았던 우리네 삶이 사실은 아주 사소한 것들, 아주 작은 것들, 그러나 벌집속을 끊임없이 드나드는 빼곡한 벌들처럼 역동적인 것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잊음으로써 죽어있는 우리의 감각들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생생하게 부활시켜내는 아룬다티 로이야 말로 진정한 '작은 것을의 신'이라 불릴만한 소설가가 아닐까.

길을 걷다 문득 하늘의 파람과, 봄바람의 살랑거림과, 발걸음의 터벅거림과, 피어있는 작은 꽃들, 풀들이 선명하게 다가옴을 느낄 때, 세상이 달라진 건지 내가 달라진 건지 헛갈릴 때, 며칠전에 읽은 이 소설이 떠올랐고 저자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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