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치 성향 기사에 부쳐 by 젊은노인

나의 정치 성향은?

이 기사는 분명 의미있는 시도이다. 한국의 많은 유권자들은 자신의 정책성향보다는 지연, 학연, 혈연이나 이미지를 보고 뽑는다. 정치인들의 정책성향을 분명히 알고 또 자신의 성향을 알고 자신과 비슷한 정치인을 지지해보자는 의도는 참 좋은 것 같다. 그렇지만 몇가지 곱씹어 볼 점은 있다.

설문의 기준을 재고해봐야 한다. 기사의 해설에도 있듯이 설문의 내용은 영국 혹은 서구권의 배경에 맞게 설정돼있다. 그렇기에 한국의 주요정치인들이 대부분 자유주의 좌파에 치우쳐 있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우리의 상식과는 매우 다른 일이다. 기사에서는 박원순을 중심으로 오른쪽 위로 끌어올리면 된다고 하지만 부정확할 수 있다. 어떤 계산법을 사용해서 산출된 수치인지는 모르지만 각 항들이 서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우리 현실에 맞지 않거나 다른 것들을 삭제하거나 대체해야 한다. 아예 한국현실에 맞게 설문을 다시 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나 그러기 위해서는 좌파나 우파, 권위주의에 대한 개념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단순히 한국의 정치지형을 짜서 분류하고자 하는 것은 정확하진 않으나 틀렸다고 보기만은 어려운 것 같다. 기존의 설문을 보고 결과값을 보는 것 보다는 각 설문에 대한 답변을 보는것이 유권자에게 더 도움이 될 듯 하다.

또한 기사에서도 언급됐지만 설문의 답변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도 의문이다. 자신의 실제 정책이나 성향과는 다르게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쪽으로 답변을 적어냈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진보'가 아니라 내가 '진보'이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는 강박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회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으면서 단지 돈을 굴리는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문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우동의한다고 답변했지만 개중 많은 사람들은 돈과 땅을 굴리는 방식으로 부를 축적했거나 그에 유리한 정책을 만들어내고 있거나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소위 좌파인사들의 밀도와 보수 인사들의 밀도차이다. 한나라당의 정치인들은 매우 밀집되어 비슷한 좌표를 형성하는 것에 비해 진보인사들의 거리는 매우 멀다. 같은 당에 속한 권영길과 강기갑의 거리는 유시민과 정몽준의 거리와 비슷할 정도이며 박원순과 정몽준의 거리보다 훨씬 멀다. 함께 잡지를 발간한 적이 있고 우리 사회에서 비교적 급진 진보로 생각되는 김규항과 진중권의 거리는 민주당에서 가장 좌쪽인 유시민과 한나라당의 주축인 정몽준의 거리만큼이나 멀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연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면적으로 볼때 우리가 진보라고 생각하는 인사들의 점유 면적이 훨씬 넓으나 지지율이나 여론형성 득표는 반대로 나타난다. 한국 사회의 진보의 수적 밀도가 얼마나 작은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보수에 비해 진보인사들의 생각의 스펙트럼이 비교적 다양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다고 하지만 현실적인 힘이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적어도 현상적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내 결과는 이정희 또는 문재인에 나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바로 이정희 문재인에게 표를 던지지는 않을 것이다. 비단 나 뿐만은 아닐것이다. 그것이 이 시도의 한계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계점을 봤다는 것은 또다른 시작을 가능하게 한다. 의미있는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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