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by 젊은노인

통장에 돈이 잘못들어왔다. 자그마치 95만 7천원. 나에게 작은 돈이 아니다. 평소 잘 쓰지 않던 계좌라 잘못들어온줄도 모르고 있다가 돈을 돌려달라는 전화가 와서 알았다. 일단은 확인해보고 돈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자다가 깨서 전화를 받아, 조금 귀찮은 듯이 받아서 그런지 쩔쩔 매며 두둑하게 사례를 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처음에는 내돈 아닌거 들어왔으니 당연히 줘야지 했는데 계속 사례를 강조하고 잠이 서서히 깨면서 뭔가 이상했다. 본인 맞나?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지?


거래은행인 신한은행에 전화를 했다.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 내 신상정보를 몇개 묻고 저번주 토요일에 95만 7천원이 입금됐다고 했다. 입금한 사람 이름까지 확인을 하고 근데 그 사람이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다. 몇몇 주위에 물어보니 이럴 경우에는 은행측에서 확인하고 나에게 은행원이 전화를 걸어서 확인하거나 번호공개를 동의 한 후, 혹은 나에게 직접 잘못 넣은 고객의 번호를 알려주어 상황을 해결하도록 해야 한단다. 그리고 그 돈도 직접 그 사람에게 보내지 않고 은행을 중개하여 보내야 한단다. 이유는 물론 그 사람이 진짜 그사람인지 확인할 수 없으니. 더군다나 그사람이 요청하는 계좌번호는 애초에 내게 돈을 잘못 입금시킨 사람의 번호도 아닌 원래 넣으려 했던, 그러니 나와 계좌번호가 비슷한 번호였다. 은행에 따져 물었다. 그 분이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냐고. 이것도 엄연히 개인정보유출 아니냐고. 한참을 확인해보더니 자신들은 그 정보를 유출한 적 없으며 정보조회기록도 없다고 한다. 아마도 제일은행(입금처)측에서 알려주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을 말하더라. 어찌됐는 내 정보는 신한은행이 책임을 지고 보호하는 것이고 그것을 제일은행에서 유출했든 어찌됐든 신한은행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지만 별 시원한 대답은 못들었다.

제일은행에 전화했다.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 내 번호를 왜 알려줬냐. 그랬더니 제일은행 상담원이 화를 냈다. 그들은 나의 신상정보를 애초에 갖고 있지도 않고 갖고 있어도 알려줄 리가 없다고 말이다. 신한은행에서 유출을 하지 않았겠냐고. 생각해보니 그럴듯 했다. 사과하고, 나도 신한은행에다 당연히 먼저 문의했는데 아마도 제일은행쪽에서 알려주지 않았을까 말했기에 전화하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입금한사람이 누군지 확인해줄 수도 없고 계좌번호도 알려줄 수 없단다. 통장을 찍어보란다.

통장이 어디 있는지 알수 없기에 일단은 하루를 보냈다.


밤이 되고 오전에 통화했던 사람이랑 통화했다. 나는 우선 내돈이 아닌 돈이 들어왔음을 확인했기에 돈을 보내준다 하고 계좌번호를 물었다. 계좌번호를 받고, 나는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다. 은행에 가서 경찰에게 신고를 했고 계좌흐름을 확인한 후에 먼저 개인들끼리 해결해 보라고 번호를 줬다고 한다. 돌려주지 않을 경우에는 처벌이 가능하다는 조언까지 덧붙여서 말이다.

신한은행에 다시 전화했다. 경찰이 내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경찰이 물으면 신상정보를 알려주냐고 물었다. 아니란다. 그렇게는 안된단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경찰은 계좌번호만 던져주면 그것이 누구것인지 그사람의 번호는 누구인지 알 수 있냐고 그 정보를 경찰이 갖고 있을 수 있냐고 내가 물었다. 내 개인정보, 특히 계좌에 관련된 개인정보는 은행과 나의 약속이 아니냐고. 검찰이든 경찰이든 누가 와도 영장없이는 공개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직원은 은행측에서는 경찰이 와도 알려줄수 없다고 경찰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경찰에 전화했다.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 계좌번호와 이름을 알려주고, 그 계좌로 돈을 넣었다는 것이 확인되면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건가요. 알려 주고 안알려주고를 떠나서 경찰이 제 개인정보를 그런식으로 알수 있는 건가요? 경찰은 원칙적으로 알수도 없고 알려줘서도 안된다고 한다.

그렇다. 알려준 이는 없는데 번호는 유출 됐다. 지금까지 결론으로 봐서는 경찰에 사건이 접수되고 담당 경찰관이 은행에 전화하거나 방문하여 은행원에게 그 계좌를 소유한 사람의 번호를 물었을 것이다. 경찰에서 모든 계좌번호에 대한 신상정보를 갖고 있을리는 없지 않을까? 만약 갖고 있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다. 은행 직원은 경찰이 요구하니까 그냥 비공식적으로 정보를 조회하여 알려줬지 않을까?

이건히의 수많은 차명계좌는 건드리지도 못하는게 이나라의 경찰 검찰이다. 그런데 일개 개인의 계좌번호는 영장도 없이 그저 간단한 전화 한두통으로 금새 그 계좌의 돈의 오고감을 확인하고 내 신상정보를 알려줬다. 나에게 아무런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고 말이다. 개인정보는 이나라에서 아주 하찮은 것이다. 무엇보다 경찰에게 내 정보가 그렇게 쉽게 간다는게 기분이 나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측에서 경찰아니라 경찰 할아버지가 와도 영장이 없는데 번호를 알려줬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은행에 항의하고 사과를 받고 재발방지를 약속받을 것이다. 신한은행 ***지점


덧글

  • 희망의빛™ 2009/11/10 10:14 # 답글

    소설에서 있을 법한 일이 일어났군요. 근데 전화번호 정도 알려준 것 가지고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경찰과 공무원들은 기본적으로 공무를 통해 대민서비스를 하는 봉사집단입니다. 그런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사건의 해결을 위해 그 정도의 정보는 알려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입장바꿔 생각해 보세요. 젊은 노인님이 어떤 사람과 물건을 직거래 했는데 아는건 전화번호 달랑 하나 뿐 만약 물건에 문제가 있어 연락을 취하려고 해도 연락이 안된다면 님도 결국은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 젊은노인 2009/11/10 13:55 #

    네, 어쩌면 민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절차상의 문제에 심각하게 기분이 상합니다.

    당연히 실수로 입금을 하거나 물건직거래시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지요.

    하지만 그 방법이 먼저 저에게 은행직원이 연락을 하고 동의를 구한 후에 알려줘야 한다고 봅니다.

    은행직원이 개인정보를 알려주는것을 별로 문제시 하지 않는다는 거죠.

    경찰도 말합니다. 먼저 은행측에 연락해서 저에게 연락하라고 하고 나서 제가 돌려주지 않겠다거나 다른곳에 쓰는 경우에야 비로소 경찰이 나설 수 있는것입니다.

    경찰이 돕고 싶다고, 아니면 알고 싶다고 계좌에 해당하는 이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계좌의 입출금 현황을 볼 수 있다면 그건 상당히 기분이 나쁩니다. 영장은 괜히 있는게 아니겠죠. 합당한 법리적 요구가 없을 시에 남의 계좌를 볼 수 없게 하는 거 아닌가요?

    어쨌든 제 툴툴거림에 대해서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희망의빛™ 2009/11/13 13:37 #

    네 절차상의 문제도 분명 있어 보이긴 하네요. 그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경찰과 은행 중 어느 쪽이 젊은 노인님의 전화번호를 알려 주었을까요? -_-
  • 젊은노인 2009/11/13 14:09 #

    경찰은 원칙적으로 번호를 알 수 없습니다. 안다면 문제가 있는 거고요. 이런 경우에 경찰에서 공문을 보내서 은행에 요청을 합니다. 심각한 사안이면 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겠죠.

    은행측도 그 사실을인정했고 사과를 받았습니다. 뭐 누가 잘못한지 어떻게 재발할건지 따지려다가 그냥 이쯤해서 넘어갔습니다. 너무 바쁘네요.

    별일 아닌 일에 코멘트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달월급 65짜리가 통장에 백만원들어오니 갑자기 감정이 격해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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