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그리고 꿈 - 평화의 얼굴 by 젊은노인

평화의 얼굴
김두식 지음 / 교양인
나의 점수 : ★★★★★





김두식은 헌법교수이다. 아마도 <헌법의 풍경>(교양인,2004)이라는 책이 제일 많이 알려졌을법 하다. 최근에는 <불멸의 신성가족>(창비, 2009)또한 그는 기독교인이다. 어느교회인지 모르겠으나 주류보수 개신교인을 자처한다. 한동대 교수를 했고, 기독교내에서 이렇다 할 이단이나 비주류 논쟁은 없는 듯 하다. 그는 주로 한국의 법조문화, 기독교문화, 그리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해서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고 저술, 강연등의 활동을 펼친다.

<평화의 얼굴>(교양인, 2007)은 그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기독교 평화주의에 대한 자신의 지식과 생각을 모두 쏟아서 정리해 낸 책이다. <칼을쳐서보습을>(뉴스앤죠이, 2002)라는 책이 모태가 됐는데 스스로 이 책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고 보완하고 다듬고 많은 정성을 들여 새로 낸 책이라 굉장히 짜임새가 있으며 양적으로 질적으로 훌륭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주류개신교, 헌법학자로서의 저자의 관점이 반영된 책이다. 군법무관 당시 여호와의 증인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변호하면서 그의 관심은 시작된 듯 하며 그에 대한 기독교 내외의 역사나 논리등을 폭넓게 공부한 듯 하다. 상당히 오랜시간 고민하고 공부하고 논의한 부분들이 두루 다루어져 책의 내용 또한 넓고 깊고 또한 쉽다.

책의 중반부는 주로 기독교 내에서, 또 국내에서 해외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평화주의에 대한 다양한 사례나 역사적 맥락을 다루고 있다. 관점을 설명하고 주요 논지를 펼치는 초반부와 펼쳤던 사례들과 주장들을 정리하여 간명하게 드러내는 후반부가 비교적 더 흥미롭고 명쾌하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한국에서, 특히 개신교내에서 병역거부는 이단의 전유물이다. 저자는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존스토트 목사나 대천덕 신부등의 예를 들며, (이 분들이 안유명하다고 생각하신다면) 또한 미국의 마틴 루터 킹 목사나 스코프박사등의 저명한 기독교인들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나 반전 운동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또는 실천한 사례를 들며 이러한 오해를 풀려고 한다. 이단이라는 이유로 법적 처벌을 주는 것 자체로도 분명 문제이며 사실 이러한 평화주의와 병역거부는 주류기독교내에서도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갖고 있음을 보인다. 글의 말미에서 한국 개신교 주류도 이제 이문제가 이단의 문제이거나 남의 일이아닌 자신의 일임을 느끼고 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이 부분에서 살짝 울었다. 모태신앙으로 한국의 주류 기독교계에서 성장해온 내가 절실히 고민하는 지점이 닿아있어서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된 모양이다.

또하나의 중요한 오해를 저자는 풀려한다. 기독교에서 주장하는 '정당한 전쟁론'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러한 틀에 따라 '진짜'정당한 전쟁론자를 '가짜'정당한 전쟁론자와 구분한다. 그래서 사실 '진짜 정당한 전쟁론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평화주의와의 벽이 그리 높지 않으며 아주 미미한 수준에서 차이날 뿐이라고 말한다. 바꿔 말하면 스스로를 정당한 전쟁론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사실은 근거없는 성경적, 평화주의적 토대를 둔 '가짜 정당한 전쟁론자'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스스로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못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또한 한국에서도 병역거부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군대를 가지 않은 청년들 개인에게는 병역거부를 하라고 권유하거나 조언하지 못한다. 한국에서 병역거부에 대한 대가는 매우 크며 그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와 진지한 신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참여하는 평화주의자/군대를 가는 평화주의자/'진짜'정당한 전쟁론자/'가짜'정당한 전쟁론자/남들사는대로 군대가는 자로 군문제에 대한 태도를 정리한다. 스스로는 두번째인, 군대를 가는 평화주의자로 정의하며 독자들에게 자신의 고민의 지점이 어디인지 짚어보길 권한다.

사실 나는 이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주류 개신교인으로서 이 책에 거의 몰입되다시피 읽었다. 한구절 한구절이 생생하게 다가왔고 대부분의 주장과 근거들에 대해 공감하며 350페이지라는 얇지 않은 책을 지하철에서고, 버스에서고, 침대에서고 빠져 읽었다. 내 나름대로는 이에 대한 많은 고민과 공부가 있었기에 비교적 쉽고 공감갈만한 책이라 생각했지만 다른 이들에게도 그러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또한 헌법학자로서, 또한 대중적 저술활동과 강연을 활발하게 하는 사람으로서, 무엇보다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평화주의에 대한 깊고 오랜 고민을 담고 있는 자로서 이 책은 훌륭하다고 할 수 있고 다른 이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나의 꿈은 전쟁없는세상, 국경없는세상이다. 오늘의 이 독서와 고민이 그 꿈을 향한 작은 발걸음이 되길 소망하며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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