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놈, 나쁜놈, 그리고 미국 by 젊은노인

오늘 문화일보 일면 헤드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아 성폭행범 19년 추적 검거 美 '절대 용서 없다'


네, 공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성폭행범을 포함해서 모든 범법자를 용서 해선 안됩니다. 아니 봐줘선 안됩니다. 용서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다 잡아다 죽이자는 것은 아니니 각기 죄에 맞는 처벌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뭔가 이상합니다. 이 시점에서 이 기사의 저의는 조두순에게 더 무거운 형벌을 내리자는 건가요? 그런데 이 기사에선 성폭행 범죄자를 아직 어떻게 처벌한것이 아니라 19년 동안 수사를 포기하지 않고 범인을 검거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조두순이야 이미 붙잡혀서 형이 확정됐으니 '용서'한 것은 아니겠고 중요한건 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그 죄과를 묻자가 이 기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자 문화일보에서도 얘기하는 점이겠지요.

그런데 대한민국의 윗분들은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성폭행범도 물론 잔인하고 재범율이 높지만 제가 보기에 비리나 부정부패만큼 재범율이 높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경제적/도덕적으로 엿먹이는 범죄도 없는 것 같아요. 수 많은 서민들에게 없는 놈들에게는 대한민국이 참 힘든 나라겠구나 하는 박탈감을 줄 뿐만 아니라 그분들이 챙기는 거액의 돈이 다 우리들 가벼운 돈주머니에서 나오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그런 분들께는 우리 정부는 혹은 우리 사회는 너무 잘 '용서' 해주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이명박, 혹은 조중동문에 평소 반대하시던 많은 분들. 이번 '조두순 사건'에서는 유독 그들이 말하는 것과 자신의 생각이 일치하는 것 같지 않으십니까? 이명박이 말만하면 거슬리던 분들께서도 이번에 조두순에 대해서 이명박이 '격리시켜야 한다'라는 말이나 조중동의 분노가 귀에 쏙쏙 들어오시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서도 대부분 네티즌들이 조중동과 비슷한 논조의 얘기를 많이 폅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처벌방식과의 비교죠.  미국이 어떻게 처벌을 빡시게 하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비슷할겁니다. 오죽하면 진중권씨가 이명박을 '포퓰리스트'라고 했겠습니까? 그렇죠. 말 그대로 대중의 기대에 영합하고 있는거죠.하지만 저는 그냥 이건 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이명박이랑 저의 생각이 백이면 백 다 달라야 하는 어떤 당위같은 것을 가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왠지 이명박과, 또 조중동과 저의 생각이 달라야 할것 같은 불안감이라 해야 할까요? 물론 어떤 분들은 이런 마음을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하기도 하겠죠. 그렇지만 저는 결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피곤하니까요. 굳이 제가 이런 반대의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은 무언가 그 기저에 깔린 공감대에 대한 불안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미국의 인권수준은 매우 낮습니다. 상대적인 관점이야 차치하고서라도 비슷한 문명적 토대를 가진 유럽과 비교해서도 많이 낮습니다. 우선 미국 영토내에 있는 원주민(인디언)들에 대한 태도가 형편없습니다. 또 관타나모 수용소로 대표되는 그들의 세계관입니다. 그들은 '나쁜놈'들 은 고문해도 되고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또한 마찬가지인가요? 또 그들은 테러를 일으키는/일으키고 싶어하는/일으킬 능력이 있는 국가들에 대해 정의라는 이름으로 응징하려 합니다. 이것은 북한에 대한 무력통일 주장을 숨기지 않는 한국의 극우진영도 마찬가지인데요 혹자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복음주의적 기독교 혹은 기독교 원리주의라고 하더군요. 정작 개신교 신자인 저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지만요. 또한 미국은 인류가 만들어낸 최악의 인권침해 도구인 전쟁을 여전히 수행하는 국가입니다. 오늘자 신문 국제면에 며칠전에 노벨 평화상 씩이나 받으신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파병 규모를 키우는 문서에 서명했다고 났더군요. 암요, 나쁜 국가들은 정의의 이름으로, 대의를 위해서 전쟁이라는 도구를 사용해서라도 막아야죠. 뭐 어쨌든 앞에서 쭉 쓴대로 미국의 인권상황은 결코 좋지 않습니다. 아, 하나 빼놨나요? 의료보험이 민영화 되있어서, 또는 국영 의료보험이 광범위하게 적용되지 못해서 기초적인 의료 수준도 매우 낮습니다. 한국보다도요.

아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범죄, 처벌 뭐 이런 분야에서 무조건 미국을 추앙해도 되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는 이 외에도 너무나 많은 분야에서 미국물이 과도하게 들어있죠. 오죽하면 진보진영의 대부분의 의제가 반미로 귀결이 되겠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미국의 빈곤이나 인권문제가 이 범죄자 처벌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은 세상을 구성하는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나쁜놈/착한놈, 게으른놈/부지런한놈, 정상적인놈/이상한놈, 유능한놈/무능한 놈으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착한하고 부지런하고 정상적이며 유능한 사람을 권장합니다. 그 외의 사람들은? 아웃이죠. 가난한 사람들은 게으르거나 무능해서 그런것이기에 그들 자신의 책임이라 이겁니다. 테러를 저지르는 놈들은 그 씨가 나쁜 놈들이기에 굳이 테러를 저지르든 않든 민간인이든 군인이든 다 죽이려 듭니다. 죽이는게 너무하다 싶으면 철저하게 자신들의 사고방식에 맞게 개조하려 합니다. 자신들의 체제를 이식하고 제도를 이식하고 그 규칙에 맞지 않으면 안됩니다. 영어를 안쓰면 무능하거나 이상한 놈이 되겠죠. 뭐 다 이렇습니다. 아픈 사람들은 지가 잘 못했거나 종자가 부실해서 아픈거니 치료를 굳이 안해줘도 됩니다. 물론 부지런하거나 유능해서 돈을 많이 벌었으면 치료를 해주죠.  운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뭐 기도를 안해서 그런건가부다, 안타깝다 하고 말죠.

유럽은 조금 다릅니다. 가난해도 무능해도 일정부분 사회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에거를 반대로 쭉 쓰면 되니까 굳이 장황하게 안쓰겠습니다. 물론 유럽도 이상국가는 아니고 대부분의 사회는 미국과 같은 경향을 다 갖고 있습니다. 미국도 뭐 100% 저런 것은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지향점이 조금 다르다는 것이죠. 뭐 소위 아메리칸 드림과 유러피언 드림이라고나 할가요? 유럽을 천국처럼 그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만 우리가 굳이 닮아야 하고 배워야 한다면 아메리칸 드림보다는 유러피언 드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최근에 번역된 제레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민음사, 2009)을 조금 참고 하시길 바랍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와 볼까요? 제가 말하고 싶은것은 간단합니다. 범죄나 빈곤을, 아니 개인이 겪는 모든 상황을 개인의 책임으로 볼것이냐 사회적 책임의 부분을 인정할 것이냐에 따라 세상을 보는 틀은 많이 달라집니다. 물론 모든것을 100% 사회적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겠고 그 책임비중을 어느정도 두느냐를 고려해야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미국처럼 모든 것을 나쁜놈/게으른 놈의 책임으로 돌리고 그들을 응징하고 그들이 그 결과를 다 짊어지게 하는 것은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작년부터 공공의 적이 되다시피한 신자유주의라는 경제 이데올로기가 저는 이 조두순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혹시 조중동과 자신의 의견이 같아서 조금 의아하시거나 불안하신분들은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쁜놈들은 다 빡시게 처벌해야 하는지? 또 게으른 놈들은 그냥 좀 굶고 굶는게 불편하면 목숨은 살리되 행복하지 않아야 하는지. 또 나쁜놈들과 게으른 놈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우리가 미국과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른지요.

아, 그렇다고 처벌하지 말자는 아닙니다. 사회적 책임 100%도 아니고요.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어느정도의 복지제도를 제공하고 최소한 아파서 죽게나 굶어죽게는 하지 않는 것에 우리는 대부분 동의하죠. 조두순을 봐주자는 건 아닙니다. 적어도 어디까지 그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에 대한, 어느 수준까지 개인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에 대한 작은 고민한번 해주자는 것입니다. 또 그러한 '법'의 용서를 어디까지 누구에게까지 해줘야 하나하는 일관성에 대한 의문도 더불어 말입니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뭐 미국은 결국 저 성폭행범을 엄청나게 빡시게 처벌하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저 사건에서 미국에서 배울점이 있다면 '반드시 잡는다'입니다. 미드의 영향인지 몰라도 저런 흉악범죄들은 미국에서 엄청나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 잡는다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살인의 추억'으로 대표되다시피 우리나라 경찰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뢰를 안하죠. 촛불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물대포를 쏘든지, 카메라로 찍든지 하여 최선을 다해 잡는 경찰들이 정작 살인범과 성폭행범은 잘 못잡고, 또 경제사범이나 돈많고 빽많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너무 '잘' 용서해주는 태도는 좀 문제가 있지 않나요? 아, 덧붙여 최근에 아빠랑 삼촌이랑 사촌오빠가 어린 소녀를 성폭행 했는데 주도한 아버지는 법정 최저형을 그리고 나머지 삼촌과 사촌오빠는 집행유예를 선고 했답니다.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음, 우리나라 참 용서 잘하는 나라입니다. 전과 14범을 대통령으로 뽑아줬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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