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구리하고 버라이어티한 고종석의 바리에떼 by 젊은노인

바리에떼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나의 점수 : ★★★★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체의 힘이 탁월한 사람으로 로쟈(이현우)는 김훈, 김규항, 고종석을 꼽고 그중 고종석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글을 제일 잘 쓰는 사람이라 하면 남자는 고종석 여자는 박완서로 꼽기도 한다.

언론사 입사를 위한 글쓰기 당시 글을 제일 잘 쓰는 사람의 예로 김훈과 고종석 정도가 꼽혔었다.


아마도 언론인이라면, 언론을 꿈꾸는 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부러워해봤을 이가 고종석이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글을 제일 잘 쓴다는 찬사를 듣는다는 것은 더없는 기쁨일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다. 하지만 그의 글을 읽어보진 못했었다. 이 책에 앞서 <국어의 풍경들>(문학과지성사, 1999)를 읽었는데 그 것은 자신의 주장이나 느낌이 담긴 본격적인 글의 형태는 아니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자유의 무늬>와 이 <바리에떼>를 집어들고 훑어보고서 나는 이 책을 빌려왔다. 그리고 눈 깜짝 할 사이에 읽어버렸다. 아까울 정도로.

바리에떼는 영어의 버라이어티, 한글로는 잡다함 정도 되는 뜻이다. '왜 굳이 프랑스어냐' 라는 자문에 "한국어 화자들에게 행사할 정서적 환기력을 조금이라도 눅이고 싶었다"고 답한다. 그는 와인과 프랑스를 사랑한다. 한때 한겨레 신문사에 몸담고 있다가 다른 신문사로 나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프랑스와 무관하지 않다고 얼핏 들었다. 프랑스에서의 연수와 유학생활은 그가 프랑스를 사랑하게 된 계기이자 결과일 것이다. 이 제목은 그런 영향도 담겨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문화와 정치의 주변풍경'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크게 세부분으로 나눠서 1부는 다분히 감상적인 문화에 대한 글들이고 2부는 정치에 대한 산문이다. 1,2부에 실린 글들은 주로 계간지에 실렸던 글들인데 신문 기고보다 깊이있고 풍부해서 참 좋았다. 3부는 자신의 친구들에 대한 산문이다. 친구들의 저작에 발문형태로 들어간 것이 주이다. 대부분 술친구들이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 구구절절 언급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나는 그의 3부의 글들엔 조금 실망했고 2부의 글들에는 빠져들었다. 이것은 아마도 그의 글의 문제라기보다는 술친구나 문학보다 정치에 내 관심이 더 쏠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나는 김현과 로자, 그리고 특히나 김훈에 비해 고종석의 산문이 나에게 잘 안맞는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문체의 허영이란 것에 내가 매몰되어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익숙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어쨌든 고종석의 글은 나에게 감동을 선사하기에 조금 짧다. 우아하고 단아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쉽다. 또 단어와 문장이 무난하고 둥글어 극적인 긴장감을 주지 않는다. 그것은 나에게 미흡하지만 그것이 그를 그토록 유명한 문인 혹은 언론인으로 만들어준 비결이며 탁월함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가 쓴 많은 글들과 엮여져 나온 많은 책중에 한권일 뿐이니 그에 대한 내 생각은 또 달라질 여지가 있을 것이다.

쾌락주의자이며 자유주의자임을 자칭하는 이 사람의 정치적 성향은 얼핏 보아 나와 잘 맞는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들을 맛깔나게 시원하게 해줘서 좋고 또 비슷한 생각들로 나에게 간접적으로 용기를 복돋워줘서 고맙다. 쭉 이어지지 않는 글이니 혹시 관심이 생긴다면 2부의 식민주의적 상상력, 작달막한 시민들의 우람한 보수주의, 노무현생각의 이 세글정도는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중에서도 식민주의적 상상력은 저자또한 꼼꼼히 읽어주길 부탁하며 나름의 자부를 가지는 글이다.

난 이사람을 존경까진 모르겠지만 부러워하며 멋진 사람이라고 인정하지만 난 그와 친해지지는 못할 것이다. 정치적 성격은 비슷할 지라도, 또 내가 흠모하는 글쓰기를 하는 사람일지라도 그외의 다른 부분에서는 너무나 많은 부분에서 일체감을 맛보지 못했다. 그것이 아마도 이 책을 정말 즐겁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종석이라는 인물에 빠지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나는 보통 좋은 글을 읽으면 그 사람에게 빠져든단 말이다. 이 사람은 나에겐 다가가기 힘든 사람이었다. 현실적으로도 그렇고 정서적으로 더욱 그러하다.

나는 내 주위의 벗들에게 어떠한가 곰곰히 생각해볼 여지를 남겨주며 이 책은 끝났고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순간 이 책은 내책이 아니었다. 무심하게 박혀있는 바코드가 이 책은 그저 내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라는 숙명을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 잠시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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