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불공평한 세상 by 다름과틀림

해운대가 천만을 넘었다. 사실 볼게 없어서, 그리고 하지원때문에 보긴 했지만 그렇게 재미있거나 감동적으로 보진 않았다. 그래서인지 천만을 넘은게 썩 멋져보이진 않는다. 어찌됐든 해운대를 보면서 한가지 느낀점이 있어서 노트에 적어놨던 것을 블로그에 적어놔야겠다.

해운대에서는 여러가지 불행이 나타난다. 자연재해로 인한 재난에 의한 불행이지만 그 불행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쓰나미는 모두에게 동시에 같은 위력으로 나타나지만 그에 대비하는, 혹은 그와 마주치는 모두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 피해와 결과를 다르게 받는 것이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배가 침몰한다. 그 때 몇은 죽고 그 죽은 이들의 가정은 파괴된다. 애초에 만식(설경구)의 잘못때문에 연희(하지원)의 아버지가 죽는 것은 그렇게 불공평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운 문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중에서 만식이 쏘아 붙였듯이 실제로 배를 타고 나가는 이들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나가고 실제로 재난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그에 반해 그 배의 주인인 억조는 무리하게 출항을 감행시켰지만 제 자신의 목숨부지는 물론이고 아마도 우리나라의 시스템상 두둑한 보험금을 챙겼을 것이다. 그로 인해 그 딸린 직원들은 죽거나 몰락했지만 그 자신은 상권을 거머쥐고 있었고 그 지역을 일종의 재개발 비슷한 것을 하려고 한다. 재개발에는 엄청난 이익이 따라오며 또 권력이 따라온다. 나중에 억조는 연희에게 상가하나를 마련해주겠다고 하지만 그건 재개발에 따르는 구조적 문제는 외면한 개인적인 죄책감에서 나오는 일종의 악어의 눈물이다. 영화에서 마지막에 만식을 살려주고 대신  억조는 죽는데 영화적으로 보면 이것은 일종의 보은행위이겠지만 현실에서는 그야말로 일어나기 힘든 우연일 뿐이고 억지일 뿐이다(연희가 매달려 있던 전봇대의 바로 옆전봇대에 억조가 매달려 있다니, 그의 사무실은 매우 고층이었는데 아마도 사무실에 있었다면 살았을 것이다)

쓰나미가 오는 그 순간에도 해운대를 둘러싸고 있는 고층 건물들의 최고층에는 그 힘이 닿지 못한다. 설사 물길이 덮친다 해도 잠시만 버티면 살아난다. 유진(엄정화)과 김휘(박중훈), 그리고 그 딸들도 마찬가지이다. 마지막에 그들은 구원의 손길을 받지 않은 채 죽음을 택하지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던 것도 고층 빌딩의 특혜이다. 아마도 해운대 주변의 1,2층 주택에 살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 길바닥에 붙어 있는 수많은 가게상인들은 그런 선택조차, 또 가족에 대한 이별의 한마디조차 하지 못한채 수장되었을 것이다. 이 역시 재난이 그 사람이 사는 곳의 높이로 상징되는 재력을 기준으로 불공평하게 분배되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영화중에 국제적인 회의가 열린다. 외국인들도 많이 있는데 쓰나미가 오기 직전 그들은 보고를 받고 즉시 차를 타고 도망간다. 그들은 아마도 구두에 바닷물 한방울 적시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외국의 고위층 인사들의 생존을 굳이 제외하더라도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서 발생한 그 위험과 피해의 불공평은 가슴 한켠을 더욱 씁쓸하게 만든다. 그나마 억세게 운이 좋은 동춘이 가족의 생존으로 위로 받기에는 형식(이민기)의 희생에 목숨을 건진 비겁한 졸부의 생존이 그나마의 위로를 무색하게 한다.

인간의 목숨이 아무리 악인의 것이라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그것이 선택을 받아야 할 순간이라면 이왕이면 선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이 생존한다면 조금 덜 섭섭하지 않을까? 세상이 본디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게 감독의 의도라면 어느정도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선 불공평한 세상을 조금 더 끈끈한 정과 사랑으로 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부여잡을 수 있는 마지막 메시지일 것이다. 거대한 재난 앞에서는 여지없이 무력하지만 그래도 훈훈하게 계속되는, 해운대에 나타나는 보통사람들의 소소한 일상과 사랑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점을 암암리에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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