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보노보 찬가 - 조국 by 다름과틀림

보노보 찬가
조국 지음 / 생각의나무
나의 점수 : ★★★★





2009년 5월에 나온 책이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조국교수의 책이며 또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 중에 하나인 생각의 나무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이 얇은 책을 읽은건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보노보 찬가라는 제목을 보고 뭥미?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전혀 땡기지 않는 책이었다. 사실 난 보노보가 뭔지도 몰랐고 대체 뭘 찬양한다는 건지 이해도 못했다. 깔끔한 하얀 표지에 보노보로 추정되는 침팬지 비슷한 동물이 박혀 있는 심플한 디자인의 책을 마련한 것은 7월이었지만 읽은것은 8월도 끝나가는 오늘이었다. 책은 얇고(200p정도) 쉬워서 금방 읽히며 좋은 내용과 문장들로 가득 차있었다. 하지만 읽은 후에도 여전히 보노보 찬가라는 제목은 아쉬움이 남는 제목이었다.

지난 봄 조국교수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를 읽고 받았던 새로움과 생각의 전환에 비하면 그 책의 내용도 그렇게 충격적인 것은 아니었다.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 데 아마도 보노보 찬가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부분은 그 첫번째 부분인 제 1장 정글자본주의의 시대 진보의 길 찾기이다. 현 시점의 대한민국의 시대상황을 요약하며 전체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장은 사실 이책 내용의 거의 반을 할애하고 있다. 먼저 책의 서두에서 보노보에 대해서 저자는 설명한다. 보통 우리가 인간의 본능적인 나쁜 특성을 빗대어 '동물적' 혹은 '짐승'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이 말에는 인간의 이기적이고 잔혹한 심성이 동물과 같다는 뜻을 내포한다. 이러한 특성은 특히 침팬지라는 인간의 사촌격인 동물에도 그대로 나타나기에 그 생물학적 기원의 강력한 근거가 된다. 하지만 이는 보노보라는 동물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보노보는 침팬지의 사촌격인 유인원인데 이 동물의 집단은 약자와 소수를 낙오시키지 않으며 더불어 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인간 사회도 침팬지가 아닌 보노보같은 사회를 만들어야 하며 그러한 보노보의 성격은 우리 안에 또 사회에 이미 갖고 있다고 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이 보노노 사회는 최근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신자유주의가 그 설득력을 잃으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칼폴라니의 '호혜적 자본주의'와 그 궤를 같이 한다.(나 또한 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며 우석훈 교수의 발제를 통하여 접하고 관련 기사를 찾아본 정도의 지식밖에 갖고 있지 못하다. 최근 그의 저서 '거대한 전환'이 재출간되어 화제가 되고 있으나 38000원이라는 가격과 두께의 압박에 아직 읽지는 못하고 있다) 이 책의 첫번째 장의 다섯파트에서 조국 교수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두루두루 살펴보며 멀리 미국의 오바마 까지 언급하면서 첫 장을 맺는다. 첫 장을 내 멋대로 요약하면 칼폴라니의 사상을 토대로 삼고 조목조목 통계와 기사로 주장과 근거를 제시하고 백무산의 시들로 수사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 다루는 내용과 근거의 광범위함과 한시부터 니체, 김훈의 소설같은 풍부한 인용은 법학자인 조국 교수의 폭넓은 지식세계에 혀를 내두르게 한다.

두번째 장으로 가면서 법학자 다운 저자의 특성이 나타나는데 역시 내식대로 요약하자면 '우리시대의 악법 때리기'이다. 처음에 내가 조국교수의 저서인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라는 책에 비해 새로움이 약하다고 했는데 그 이유와 근거가 되는 것이 바로 이 두번째 장이다. 형벌권의 과잉과 남용은 안된다라는 제목으로 형법, 사형, 촛불처벌, 간통, 교도 문제들을 다루는데 법학자답게 법적인 근거와 관련 판례를 풍부하게 인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앞서 언급한 책때문에 인권과 그 관련 법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온 나로써는 크게 전환적인 사고를 가져다 줄만한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국보법과 양심수들에 대한 내용을 더 조목조목 파고들었던 전작에 비해서 그 강도와 디테일이 약하다고 볼 수 있으며 문장도 훨씬 평이하고 쉽다.  이러한 특성은 '제 3장 이땅의 소수자와 약자를 통하여'에도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이 세번째 장을 내식대로 요약하면 '대한민국 인권에 대한 40페이지의 입문서' 인데 워낙 짧은 지면을 통하여 소수자인권, 인종차별, 성적 소수자, 양심의 자유, 장애인, 아동 청소년, 여성폭력, 한센/HIV/AIDS환자 에 대한 엄청나게 다양한 주제를 다루다 보니 정말 '맛'만 보는 식의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보다 본격적으로 인권과 우리시대의 악법들에 대한 디테일한 내용에 대한 욕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권하지 않을 만한 책이다.

위에서 이 책에 대해서 아쉬운점을 계속해서 얘기했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에게는' 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 사회에 대해서 '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좀 잘못 돌아가는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그 '왜'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는 책이다. 또한 사형과 간통과 같은 구/악법들과 인권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더할나위없이 좋은 책이다. 또한 이 책에는 법학자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통계와 더불어 다양한 사건들에 대한 기사와 이론적 근거, 또 영화나 문학작품들의 인용이 담겨 있다. 또한 법학자로서 법에 대한 명쾌한 설명과 주를 통해 덧붙여진 보다 심도 있는 판례나 법적 근거들이 있는데 이는 우리사회에서 법이 차지하는 위상과 설득력을 고려하면 이 책의 큰 장점중에 하나일 것이다.  법 자체가 만능은 아니겠으나 인권이나 사회 문제의 해결에서 법이 갖는 실천력과 위상을 무시할 수 없으며 가장 현실적인 힘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아쉬운점으로 지적했던 쉬움과 얕음과 평이함은 결코 저자의 실수나 모자람이 아니며 저자에 의해 조절된것이라 본다. 그런 측면에서 일부러 이 딱딱한 주제의 책에 보노보 찬가라는 말랑말랑한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제목으로 보여지는 저자의 강력한 의지는 책 전반적으로 그야말로 '널려있는' 쉽고 구체적이고 풍부한 예시와 근거들을 통해 필자가 주장한대로 '진보적 가치'를 '대중적 가치'로 바꾸려고 하고 있으며 대중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닌 '번짐의 미학'으로 완성되고 있다. 또한 이 책의 내용을 떠나  ' 지역주의의 수혜지역인 경상도 지방에서 남성으로 자라나서, 입시경쟁의 승자가 되어 대학에 들어간 후 '미국 물'까지 먹고 돌아왔으며, 집값 비싼 강남 지역에 거주하면서 '학벌'의 정점이라는 대학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그야말로 '침팬지 세상의 승자'인 저자의 삶의 태도와 자세, 그리고 그가 보이는 실천의 모습들 자체로 이 책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가 말하듯 보노보는 어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과 사회속에' 존재한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idiot(바보 ; 공적인 것에 무관심한 자를 가리키는 고대 그리스 남성을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에서 벗어나 깨어난 보노보들이 대한민국이라는 정글을 보다 말랑말랑하게 바꿔나가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자면 이 책의 부제인 '정글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라는 문장도 맘에 들지 않는다. 살아남기라는 단어가 굉장히 자극적인데 이 책에서는 단순히 살아남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역설하고 있지 않은가? 뭐 아무튼 제목과 부제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 책이다. )

이 글은 원래 간략한 감상, 기록 정도로만 두려고 쓰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도 쓰다보니 서평처럼 말미를 취했다. 따라서 글을 처음부터 읽으면 굉장히 조악한 구성과 중언부언하는 말투가 느껴질 것이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글로서 기록하지만 혹시 이 책에 관심이 있어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이글의 형식이 아닌 내용(알기 힘들겠지만)을 보고 이 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면 좋겠다. 한마디로, 글이 형편없음에 대한 변명이다.

# 같이 읽어보길 권하는 책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 조국지음. 책세상 2001
거대한 전환: 우리시대의 정치경제적 기원. 칼폴라니 지음/홍기빈 역. 길. 2009

덧글

  • 우연아닌우현 2010/02/26 12:23 # 삭제 답글

    부족한 저로서는 얕음과 평이함 때문에 즐거운 독서였답니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는... 읽다 포기햇지요^^; 트랙백 걸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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