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전후사의 인식 by 다름과틀림

이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까움에 목이 탔다. 그 이유는 해방 직후의 자유/혼란 의 시기에서 미군정, 분단으로 가는 짧은 세월동안 꿈틀댔던 긍정적인 여러 움직임들이 폭력과 갈등과 사익으로 인해 무산되고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6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지켜볼 뿐 나는 아무것도 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책은 12개의 글로 구성되어있다(초판 79년 개정판 89년, 초판에는 임헌영의 글이 빠져있다. 나는 개정판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던 중 반납 독촉을 받고 헌책방에서 초판을 구입했다. 초판은 인명과 조직명 등이 한문으로 나와있다. 책의 전반부는 주로 개정판으로 읽었고 후반부(여운형 부분부터)는 초판으로 읽으며 개정판을 참고했다.) 굳이 하나하나의 글을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으나 크게 보아 해방 전후의 독립운동가/정치지도자 중심으로(김구, 이승만, 여운형)쓴 글, 그리고 친일파에 대한 글, 미군정에 대한글, 문학에 대한글, 경제(농지개력)에 대한 글로 나눌 수 있다. 나는 이중에 경제에 대한 글은 읽지 않았으며 친일파에 대한 글도 그 명단과 행적을 꼼꼼히 보지는 않았다. 그중에서도 관심을 갖고 읽은 부분은 김구와 이승만과 여운형에 대한 내용이었으며 특히 내가 많이 접하지 못했던 여운형에 대한 글이 흥미로웠다. 또한 내가 흠모해 마지 않는 송건호 선생님(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한겨레 초대 사장)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서두를 장식하는 815의 민족사적 인식또한 관심을 갖고 읽었다. 말미에 있는 해방후 한국문학의 양상또한 흥미로운 글이었다.
 
사실 이 책이 나온지는 벌써 초판 기준으로 30년 재판 기준으로 20년이 되었기에 역사서로 읽기에는 충분치 못할 것이며 문체, 한자, 배경지식 문제로 읽기에도 수월치는 않다. 하지만 이 책을 내가 읽은 것은 우선은 지금도 우리가 자세히 배우지 못하고 또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혼란의 시기인 해방직후를 내가 직접 살지 못했기에 그 간접적인 이해를 이해서이고(책에 써있는 대로 '나이어린 연배들에게 있어서 815는 생애의 현장에서 주체적으로 체험된 실감의 덩어리가 아니고 간접적으로 이해된 역사의 한 매듭일 뿐이다') 두번째는 이책이 70년대 후반 그리고 80년대를 풍미했던 시대의 문제서적이었기에 역시나 내가 살지 못한 세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서일까이다. 역사와 사회는 결코 순간/단면만으로 존재할 수 없다. 또한 지금 우리가 결과/현상으로서 보고 있는 많은 일들이 표면적이며 피상적인 내용들일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오늘의 현실과 문제점들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또 그러한 모순들을 해결하고자 미래를 그리려 한다면 과거와 과거로부터 현재로 오는 맥락과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요새 나는 한국 현대사에 대한 책들을 읽어보고자 노력 중이다.(절대 읽기 쉽지는 않다) 하지만 역사라는 것은, 특히나 그것이 현재로부터 가까울 수록 관점과 이해관계에 따른 여러 견해를 갖고 있기에 한두권을 읽고 역사를 다 알았다고 할 수 는 없을 것이다. 책을 안 읽은 사람보다 한권 읽은 사람이 더 위험하다는 말이 있는 것 처럼 고작 한 두권의 역사책을 읽는 것은 편향된 역사의식을 갖는 지름길이다.(그런 면에서 정부가 편찬한 국사만을 배운 대다수의 한국인은 역사에 대하여 위험한 인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 책을 읽고 나서 해방 전후사를 다 이해했다고 할수는 없으며 이 밖의 다양한 책들을 또 읽고 범위를 넓혀 조선 후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흐름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책을 읽은 이유에 대한 말이 너무 길었고, 어쨋든 이 책을 통해 바라본 해방 전후사는 의외로(암흑과 혼란의 시기라는 나의 편견) 창조적이고 역동적이었다. 특히나 그동안 잘 몰랐던 여운형의 활동에 대한 새로움은 크다. 내 생각에는 해방 이후(그 전에 중도라는게 있었을까?) 중도의 길을 걸은 정치가들 중에 가장 가능성이 높았던 인물이었을 것 같다(굳이 비교하자면 김대중). 김대중 대통령의 영결식을 치르는 오늘 그와 김대중을 비교해 봐도 여운형은 좌우의 통합의 역량이 더 컸으며 국제적/외교적 능력또한 뛰어났던 것 같다. 물론 과거와 현재의 인물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기에 누가 더 훌륭하다 평가할 수 없다. 하지만 역사에 가정이 없지만 여운형이 테러에 의해 피살되지 않았더라면 하는 상상을 해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의 행적에 오늘 난 김대중 대통령의 죽음에 60년 전 (1947년 7월 19일) 몽양의 죽음의 안타까움이 겹쳤다. 최근에 헌책방에서 구한 정경모 선생의 '찢겨진 산하'라는 책의 부제가 김구 이승만 여운형의 구름위의 대화인데 얇은 책이니 만큼 가볍게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결코 읽기 쉽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책이었다. 이 책을 지은 80년대의 사람들의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통해 내가 태어나지 않았던 시대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한층 높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다만, 읽기가 수월치 않고 특별히 지금 시대에 이 책을 읽을만한 동기가 쉽게 생기지 않을 것이기에 주변에 추천은 잘 안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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