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 예찬 by 다름과틀림

나는 일종의 자취생이다. 먹는 것을 아무도 내 대신 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고시원에서 살고 있으니 반쪽짜리 자취생이다. 하지만 먹을것에 대한 해결로만 보면 자취생에 가깝다.

자취생에게 있어서 먹고사는 음식의 선택은 제한적이다. 특히나 나처럼 조리공간을 공동으로 써야하고 큰 냉장고가 없어 장기간 음식을 보관 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더 하다. 조리가 간편해야 하며 조금씩 요리할 수 있어야 하며 재료의 보관이 용이하고 장기간 보관해도 상하지 않는 것이면 더 좋을 것이다. 또한 단순한 메뉴로 반복하므로 몸에 해롭지 않은 것이 좋으며 되도록이면 자극적이지 않고 질리지 않으면서도 되도록 영양분이 풍부한 것이 좋을것이다. 얇은 지갑사정을 고려하면 저렴하면 금상첨화다.

나는 차가운 밑반찬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방금지은 따뜻한 밥과 방금한 뜨거운 반찬, 국이 좋다. 하여 난 밑반찬을 잔뜩 구비해놓고선 매끼마다 냉장고에서 꺼내고 먹고 다시 넣어놓는 일을 잘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매번 반찬을 잔뜩 만들어먹기에는 시간도, 환경도 허락되지 않는다. 가끔씩 기분이 우울하고 시간이 많을때는 시도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난 주로 간편하게 국/찌개를 끓여먹는 일이 많다. 자취생의 입장에서 가장 간편한 국/찌개는 된장국, 김치찌개, 콩나물국 그리고 미역국정도이다. 앞의 세 국도 모두 내가 즐겨 해먹는 것들이다. 하지만 된장국은 그 자체로 국이 될수 없기에 두부, 콩나물, 감자, 채소등을 추가로 사야 한다.(물론 그런점에서 영양면이나 기분면에서 이점을 가진다) 김치찌개는 우선 김치가 이미 있기에 가격면에서 가장 저렴하다. 또한 참치나 햄, 돼지고기등을 넣어서 끓여먹으면 기분도 좋다. 가끔 먹으면 제맛이지만 매일 먹는다고 할때 짜고 매워 내 위장이 좀 걱정된다. 그렇다. 가끔 먹어야 하는 것이다. 콩나물국도 이상적인 국중에 하나이다. 콩나물은 저렴하며(천원어치 사면 두끼먹는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다. 또 다양한 국을 끓여먹을때 넣어먹어도 좋다. 한가지 아쉬운점은 생물이므로 오래 보관이 용이하지 않다. 장을 봐오면 되도록 빠른 시간에 먹어야 한다. 매일 장을 봐서 먹으면 좋겠지만 나는 그정도로 한가하지는 않은 것이다.


이런점들을 두루두루 고려할때 미역국은 정말 이상적이다. 2~3천원 정도의 말려서 잘라놓은 미역을 사다 놓으면 일주일 내내 미역국만 끓여먹어도 충분하다.(2800원짜리 자른미역은 32인분이라 적혀있다) 말린 미역이기에 쉽게 상하지 않고 냉장고자리도 차지하지 않는다. 또한 조금씩 꺼내어 먹어도 되고 조리할때는 잠시 물에 불려놓았다가 참기름(고시원 비치)을 둘러 잠시 지지고 볶고, 다진마늘(4~5천원 하는것을 사다놓고 한달정도 먹는것 같다)과 간장을 넣고 5분정도만 끓이면 된다. 김치(고시원 비치)와도 썩 잘 어울리고 나로서는 질리지도 않는다. 고춧가루나 조미료, 소금등을 사용하지 않기에 자극적이지도 않고 된장이라든가 김치찌개만믐의 냄새도 나지 않아 좁은 방에 더 어울린다. 미역이 몸에 좋다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것이다.

미역국의 한가지 흠이라면 단조로울 수 있다는 점이다. 위에 언급한 나머지 세개의 국들은 다양한 재료와 함께 변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소고기 미역국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써는 미역, 간장, 마늘정도만 들어가는 미역국만을 거의 먹어왔다. 이것도 나는 질리지 않고 잘 먹어왔지만 나라는 사람이 워낙에 단조로움을 싫어하기때문에 좀 아쉬운감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이또한 새로운 해결책을 찾았다. 바로 들깨미역국이다.

종종 밥을 얻어먹으러 가는 어부가(공덕동, 회무침 식당)라는 식당에서는 기본 반찬으로 들깨미역국이 나온다. 이 미역국이 맛있어서 나는 이식당에 가게되면 회무침보다도 먼저 미역국이 반가웠다. 하지만 집에서 어떻게 해먹어야 할지 생각하지 않아서 집에서 해먹지는 않았다. 하지만 며칠전에 들깨수제비를 먹고 감동을 받아서 이제는 집에서 좀 해먹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걸리는 점은 첫째는 가격(깨는 비싸다는 편견)과 둘째는 맛(식당에서의 맛이 과연 집에서 날것인가)이었다. 가까운 시장에 기름내리는 집에가서 들깨가루를 샀다. 만족스러운 가격과 양이었다. 3천원어치를 샀는데 집에와서 해먹어보니 미역국에 들깨가루를 쏟아붓다시피 해도 다섯번은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두번째 관건, 맛도 합격점이었다. 첫번째에는 국물을 너무 많이 해서 들깨가루가 너무 묽은 듯 했지만 두번째에 물의 양을 줄였더니 얼추 괜찮은 맛이 났다. 물론 식당처럼 맛있지만은 않겠지만 조미료도 쓰지 않고 고작 한끼에 1000원정도 들어가는 비용으로 만든 것 치고는 만족스러웠고 제일 중요하것은 난 맛에 민감하지 않다는 것이다.

들깨미역국의 발견은 나에게는 가히 혁명적이다. 국밥집에 가면 항상 눈총을 받을 만큼 들깨가루를 푸지게 넣는 내가 이제까지는 집에서 들깨가루를 이용해 음식을 해먹을 생각을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당분간은 식사메뉴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것 같다. 별일 없으면 배가 고파지면 들깨미역국을 해먹으면 되는 것이다. 서랍에 있는 김과 냉장고에 있는 김치, 멸치등을 살짝 얹어 먹으면 호남의 한정식이 마냥 부럽지만은 않은 것이다. 방금 미역국을 먹었지만 벌써부터 다음 식사를 생각하면 군침이 돈다.

* 참고로 들깨가루는 껍질을 까고 갈은것을 달라고 해야한다.
* 들깨가루를 매일 먹으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찾아봐야겠다.걱정했던것과 달리 설사의 조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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