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by 다름과틀림

책이 왔다.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 1992>,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막스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다.

김현은 요즘에 들어서야 알게된 분인데 저명한, 그리고 지금은 작고한 문학비평가이다. 그 분이 돌아가시기 전 1985년 12월 30일부터 약 사년간에 걸친 일기를 엮은 유고집인데 말이 유고집이지 서두의 해제에 따르면 출판을 염두에 두고 거의 편집까지 다 된 상태로 원고를 남겨두어 엮어서 출판만 하는데 그쳤다고한다. 내가 읽은 책이라고는 거의 없었던 '로쟈의 인문학 서재'를 읽으면서 소개된 책들보다도 그의 사유의 깊이와 폭에 감탄하고 또 그의 문장을 타고 사유의 세계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해서 로쟈가 강추하기도 한, 또 존경하는 기자분도 언급해주신 김현의 책을 읽어보려 한다. 원래는 좀 더 본격 문학비평서인 책읽기의 괴로움이라는 책을 사려 했는데 착오로 이 책을 샀지만 오히려 일기라는 가벼운 형식으로 먼저 김현이라는 사람을 읽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더 잘된 듯 싶다. 참고로 이 행복한 책읽기는 원래는 책읽기의 괴로움과 짝을 맞추어 책읽기의 즐거움으로 나오려 했으나 같은 제목의 책이 있어서 행복한 책읽기로 수정한듯 하다고 설명돼있다. 책읽기의 괴로움은 현재 절판된 상태며 조만간 헌책방을 수소문 해봐야겠다.

요즘 들어 우리가 이미 읽은것으로 돼있는 고전을 진짜로 읽어보려고 생각중인데 막상 사놓고도 잘 읽지 않고 있다. 카프카나 헤밍웨이의 책들을 조금씩 사놨으나 여간해서 읽지 않는 것은 아마도 신간을 읽어보고픈 조급함에 비해 언제 읽어도 읽을 수 있다는, 그리고 실제로 잘 알지 못하고 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착각으로 언제나 우선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또한 항상 좋은 얘기를 들려주시고 또 책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주시는 기자분이 강추해주신 책이기에 강력한 동기부여를 필요로 하는 내가 이번에야말로 읽어볼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돈을 들여 새책을 샀다.(기존에 고전은 다 헌책) 헌책은 쟁여놓기만 하고 읽지 않고 새책을 먼저 읽게 되는 것도 일종의 허세고 허영이겠지만 아무렴 어떠랴, 읽으면 장땡이지 싶다. 착한 가격에 비해 의외로 두껍다. 잘 씹어 먹을 수 있을까?

막스베버의 책은 예전부터 사서 읽어보고픈 것이었다. 한국의 대형교회 현상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 자본주의적인 모순들에 주목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칼뱅과 베버에 대해 궁금증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지만 베버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때문에 쉽사리 주문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요번에 위시리스트를 쭉 보면서 주문 가격을 2만원으로 맞추게 되어 궁색하게나마 장만할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이 책을 샀지만 바로 읽지는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의뢰로 읽다가 몰입이 되어 읽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정보자료실에서 <해방 전후사의 인식>과 <뜻으로 보는 한국역사> 두권의 반납 독촉을 받았다. 책을 여러권 펼치고 하염없이 늘여보는 나로써는 반납이라는 것은 참 괴로운 굴레다. 웬만하면 책을 사서 보고 싶지만 앞의 것은 구하기 힘들고 비싼 책들을 일일이 다 사서보기엔 내 지갑이 얇다. 특히나 책을 담당하시는 분과 사이가 안좋게 되어 더욱 차가운 목소리로 꾸중을 들었는데 일단은 월요일까지로 대출을 유예하였다. 아마도 이번 주말에는 그 책들을 집중해서 읽어내야 할것이다. 대출기간이 5~7일밖에 안되는지라 정보자료실에서 웬만하면 책을 빌리지 않으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리영희, 함석헌, 송건호등의 전집들이 있고 이용하기 편리하다는 점에 자꾸 가서 의도한것보다 많은 책을 들고 오게 된다. 읽지도 못할만큼을 자꾸 들고오다 보니 식탐보다 무서운게 서탐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리 많이 들고 와도, 아무리 많이 쟁여놔도 과식은 하지 못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좋은 책을 세권 샀기에 기분이 좋은, 차분한 밤이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