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와 편의. by 다름과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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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는 공덕동에 얼마전 롯데슈퍼가 생겼다. 엊그제 집을 나서다 보니 집앞의 구멍가게가 문을 닫았다. 가게 주인과 안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평소 뭘 사러 가지도 않았지만 문득,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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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근처 초등학교 앞에 BBQ에서 하는 분식집이 생겼다. 믿을 수 있는 재료를 쓰기에, 또 참신하고 다양한 메뉴가 있기에 사람들은 그 집에서 군것질을 많이 하는 듯 했다. 특히 애들 손을 잡은 엄마들이 많이 가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얼마뒤에 그 BBQ 분식집에서 채 50m도 떨어지지 않은, 어느 친절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하던 분식집은 문을 닫았다. 가끔씩 출출할때 그 가게에 가면 할머니는 친절하게 이런 저런 메뉴를 설명해 주시며 잘 해주셨다. 참 즐겁게 장사를 하시는 분이라고, 초등학교 앞에서 간식거리를 파는 그 일을 즐겁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나는 생각했었다. 나는 새로생긴 BBQ분식집에서 딱 한번 닭꼬치를 사먹었었다. 그 할머니에게 너무 죄송했다. 그 할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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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슈퍼에서 길하나 건너 있는 공덕시장은 서울에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은 재래시장이다. 현재는 '시장'으로써의 기능보다는 족발집과 부침개집으로 유명한 먹자골목의 기능이 더 큰것 같지만 아직 재래시장의 면모를 많이 갖추고 있다.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는게 더 재미도 있고 값도 싼 것 같지만, 또 더 건전한 소비생활이라는 측면에서 보람되지만 매주 장을 보러 나서면서 나 또한 롯데슈퍼에 갈지 재래시장에 갈지 많은 고민을 한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한번 쭉 쇼핑을 해서 필요한 것을 이것저것 카트에 담고 한번에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더 편리하기 때문이고 나처럼 혼자사는 자취생들을 위한 소단위 포장이라든가, 보관하기 용이하게 다듬어서 밀봉포장해서 파는 제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게수는 재래시장이 많아도 선택의폭은 대형슈퍼가 넓어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같은 자취생이 아니더라도 점점 매일 저녁 필요한 재료를 사는 것보다 주말에 가서 일주일치 장을 봐놓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 냉장고가 커지고, 김치냉장고등의 등장으로 식품을 신선하게 보관하는게 용이해졌다. 재래시장은 여전히 자가용을 끌고 가기 불편하며 따라서 대량으로 물건을 사오기가 쉽지 않다. 각 매장에서 따로따로 값을 치뤄야 하는데 깎고 보태고 하는 재미는 있지만 고작 이천원 삼천원 어치의 물건을 사면서 신용카드를 쓰거나 현금영수증을 끊어달라고 쉽사리 말하기가 그 가능여부를 떠나 미안하다. 신뢰의 문제도 크다. 각종 유해물질때문에 먹거리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고 또 원산지를 크게 고려하기 시작하면서 출처를 알기 힘들고 신뢰도가 낮은 재래시장보다는 (실제의 안전도에 대한 비교를 떠나)원산지를 쉽게 알 수 있고 대형 마트나 기업의 제품관리가 더 철저할 것이라는 믿음때문에 재래시장은 점점 더 외면 받고 있다. 물론 대형수퍼가 가격면에서 재래시장에 비교하여 비싼게 현실이라 해도 대량으로 전체 시스템을 운영하는 대형마트와 철저하게 가격경쟁을 시작한다면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기업형 슈퍼나 대형마트 앞에 영세상인들이 시스템측면이나 자본규모 측면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도 확실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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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대형마트나 기업형 수퍼를 금지하자고 말하기가 어렵다는게 더 고민이다. 당장 나부터도 현대식 쇼핑을 선호하는 마당에 말이다. 경제구조상 소수의 대기업들이 유통시장을 점유하는 것 보다 수 많은 소매상들이 경쟁하는 것이 시장원리에 부합하여 장기적으로 품질과 가격면에서 더 유리할 것이고 또 전체경제에도 더 건강한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소비자들에게 멀리 전체 경제의 건강과 시장원리를 위해 또 장기적 관점에서 그게 소비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재래시장을 권유한다 해도 당장의 개개인의 편의 앞에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까 하는 의문이 든다. 최근에 지역의 상인들이 연합하여 항의를 해서 대형슈퍼,대형마트의 입점이 제한되고 있는 움직임이 있지만 같은 지역의 대형슈퍼,마트를 선호하는 다른 주민들이 오히려 입점을 재촉하는 목소리를 낼거라는게 내 생각이다. 정부도 대형슈퍼,마트의 확장을 우려하는 것 같지는 않으며 오히려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구호 아래 기업들에 협조적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래시장 상인들, 대형마트,슈퍼를 반대하는 소수의 시민,단체들이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 또한 어떠한 법적 근거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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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타깝다. 하지만 어떤 근거로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 혼란스럽다. 대안도 없이 법적 근거도 없이 사람들에게 전체의 필요를 위해 편의를 희생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대통령 말씀처럼 옛날보다는 세상이 좋아졌다고 마냥 좋아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언론을 훑어봐도 지역상권이 무너진다, 독점이 우려된다, 외국도 제한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는 얘기들 외에 어떠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대안 없는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일 수 있다. 지역상권이 무너지는것은 분명 문제다. 독점도 분명 문제다. 이러한 문제는 단지 소매상을 운영하는 상인들에게만 발생하는 피해로 그치지 않고 편의를 위해 재래, 영세 시장을 외면하는 소비자에게 돌아오며 우리 경제 전체의 악화로 돌아온다. 결국은 개별 구성원의 자율에 맡기기 보다는 사회적인 논의를 통한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가 필요하다. 재래시장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편의에 조금 더 신경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자치단체들의 지원이 필요하며, 이러한 사회적 합의가 정치나 정부운영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좋은 칼럼이 있어 소개한다.

[시론]기업형 슈퍼 ‘허가제’ 도입을
경향신문 7월 23일 자.

경향신문에서는 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기획기사를 연재하고 있으며 이날 이 시론과 덧붙여 사설을 실었다.
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아젠다 형성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덧글

  • 다름과틀림 2009/07/24 23:29 # 답글

    가격이나 단위등에 대한 표준화에 대한 불확실성의 차이, 꼭 상품을 소비하는 합리성 여부를 떠나 대형마트에 가서 일종의 나들이를 하고 대형마트에서 제공하는 어느정도 수준 이상의 물품들을 소비하는 '문화적 포지셔닝'측면도 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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