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보호법, 우선 시행하고 근본적인 해결방안 모색해야. by 다름과틀림

비정규직법 논란이 숫자싸움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치권은 시행유예안의 기간을 놓고 줄다리기 중이고 주무부서인 노동부는 국회에 책임을 돌리며 해고자 숫자만 세며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위한다는 구호만 요란하고 정작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내주는 자는 아무도 없는 현실에서 비정규직의 삶은 하루하루 무너지고 있다. 근로기간 2년이 만료되어 이미 해고됐거나 해고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정규직 전환을 기다려 온 사람들 또한 현 상황이 막막하기만 하다. 비정규직 보호법의 시행 유예를 두고 벌이는 논란은 현실을 벗어난 말싸움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다. 

2007년 7월 1일자로 발효되어, 근로기간 2년이 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 보호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일부의 정규직전환이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불안정한 비정규직이 계속 양산되는 것을 합리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법안을 지금 시행해야 하는 것은 현재로써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정규직으로 전환 할 수 있는 기업들이 분명히 존재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숫자를 최대한으로 늘려서 안정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며 이를 위해 이미 책정돼 있는 ‘정규직 전환 지원금 1185억원’을 조속히 사용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의 제반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대책이 없이 법안의 적용을 단지 유예하는 것은 지금의 이 갈등을 뒤로 미루는 것일 뿐이며 정규직 전환을 기다려온 사람들에게 ‘닭쫓던 개’가 되라고 하는 꼴이다. 미흡한 법이지만 현 상태로서는 가장 생산적인 해결책인 법을 시행하고 그 부작용들을 극복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비정규직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인가? 우선은 비정규직의 숫자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현재 한국은 ‘고용유연화’라는 구호아래 비정상적으로 많은 비정규직이 양산된 상태이다. 2008년 12월에 발표된 OECD의 한국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임시직 비율이 26%로 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고 했다. 정규직으로 존재해야 할 일자리들이 기업들의 고용 편의와 비용절감을 이유로 비정규직으로 돼있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망 밖에서 최소한의 급여와 복지, 그리고 최소한의 권리만으로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지속해가는 비정규직의 대량 양산은 그 자체로 사회 문제이다. 고용기간이 아닌 고용 사유로써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는 ‘사유제한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별도 직군을 편성해 기존의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여 노사가 윈윈한 우리은행의 사례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난 10년간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기업의 매출 대비 임금 비율을 늘리고, 나아가 낮은 인건비로밖에 승부할 수 없는 저부가가치 산업 체질을 바꿔나가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기업으로서는 노조의 결성을 막고 쉽게 해고할 수 있으며 복지나 근무년수에 따른 임금 상승과 같은 각종 부대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니 비정규직에 군침을 삼킬 만 하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 할 때 업무의 효율이 오르며 기업의 가치가 높아지는 상승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또한 사회전체로 볼 때 비정규직의 대량 양산은 경제의 하부구조에 거대한 붕괴를 가져올 것이며 그 여파는 기업들에게도 고스란히 돌아오게 된다. 물론 비정규직의 인권 그 자체가 가장 소중한 것이겠지만. 비정규직 문제가 단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은 그 때문이다. 

개별 기업들의 근시안적인 욕심을 통제하고 사회와 경제를 건강하게 가져갈 책임과 능력이 국회와 정부에 있다. 또한 기존의 정규직 노동자와, 임원을 비롯한 사측도 양보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조금씩 나누자는 사회적 합의가 생겨 나갈 때 우리 사회는 보다 건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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