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단편들 by 다름과틀림

 역의 관광 안내소에 가서 고무라 도서관이 있는 곳을 묻는다. 카운터에 앉아 있던 친절한 중년 부인이 나에게 관광지도를 주고, 도서관이 있는 장소에 X표를 하더니, 전차 타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그 역까지는 전차로 이십 분가량 걸린다고 한다. 나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역에서 시간표를 알아본다. 전차는 대개 이십 분에 한 대씩 운행되고 있다. 전차가 올 때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어서 점심 식사가 될 만한 간단한 도시락을 역 매점에서 산다. - 해변의 카프카. 무라카미 하루키 -

 엊그제, 서울역 부근의 한 건물 옥상에 갈일이 있었다. 내키보다 조금 낮은 옥상 난간에서 까치발을 하고 철로를 내려다 보았다. 순간 출발하는 기차를 보고 울컥했다. 아주 느리게 서서히 움직이는 기차를 보며 여행을 떠날 때의 그 싱그러움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이어 구토감이 밀려왔다. 떠나지 못한지 어느새 9개월정도. 닭여행 이후로는 없었으며 앞으로 육개월은 또 없을 것이 '확실'하다. 갑갑함에 문득 속이 메스꺼웠다.

 위에 인용한 하루끼의 문장은 매우 평범하다. 15세의 생일에 집을 떠난 소년은 '낯선'도시에서 목적지로 가는 방법을 묻고, 시간표를 확인한 후에 잠시 생긴 여유에 매점에서 간단한 도시락을 살 뿐이다. 하지만 이 평범한 단락이, 내가 지금 간절히 그리운 장면이기에, 내가 간절히 쉬고 싶은 여유이기에 눈물이 날 듯했다. 몇번이고 반복해서 이 대목을 읽으며 그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그렇지만 익숙치 않음을 꿈꿨다. 단지 그뿐이었다.

 나는 지금 어떤 의미에서 여행중이다. 하지만 나는 이 반복 되는 일상속에서 익숙해지고 있다. 숨쉴 틈이 없이 갑갑한 이 구조속에서 난 오늘도 몸부림 치며 몸살을 앓는다. 이 새벽에 내가 이렇게 의미없는 타자를 두드리는 이유또한, 글로써 긴 한숨 내쉬고픈 조용한 아우성일뿐이다. 먼 훗날 나에게 이렇게 갑갑함에 몸부림치던 순간, 아니 하얗게 헤던 밤들이 있었음을 기억하고자 한다.

 나비가 되기위해 머물러 있는 고치속에서, 애벌레 또한 나처럼 갑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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