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이후, 민주당에 바란다. by 다름과틀림

노무현 이후, 민주당에 바란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한나라당을 앞섰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절, '탄핵정국'이후로 처음, 4년 8개월 만이라 한다. 하지만 27%라는 절대적 수치는 자랑하기에는 이름을 말해준다. 민주당이 잘했다기 보다는 노무현의 죽음의 간접적 가해자로 여겨지는 이명박정부, 그리고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이 크다고 보는 편이 더 편하다. 따라서 (노빠로서 나에게는 그의 죽음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이지만 그래도) 굳이 따져본다면 아마도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로 인하여 가장 큰 정치적 이익을 얻는 집단은 민주당일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이익을 어떻게 지속적인 상승효과로 만들어갈 수 있느냐, 장기적인 효과로 지속시켜나갈 것이냐 하는것이 관건일 것이다. 이것은 비단 민주당의 정치적 이익뿐만은 아닐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내가 이것을 따지고 자시고 할 의욕도, 필요도 없을것이다. 민주당의 장기적인 정치적 상승세는 현 정부의 과도한 우경화에 대한 균형과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민주화의 향상을 담보한다는 실천적 전제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이어야 하는가?


민주당은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 노무현 이전의 인간 노무현에 가졌던 기대와 공감을 잘 살펴야 할것이다. 그가 추구하였지만 이룩하지 못했던 그의 이상들과 가치들, 그리고 그가 정의 내렸던 사회정의에 대한 잠재적인 국민적 열의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또 뜨거워지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노무현은 대통령때는 그리 성공적인 대통령은 아니었다. 그래서 대통령을 지낸 후에는 자신의 재임시절을 돌아보며 많이 반성하고 어떻게 하면 뒤에 오는 정치인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지, 또 그 자신도 전임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가 대통령시절에 했던 가장 큰 실수는 그가 추구했던 가치와 그가 가리켰던 방향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언사와 정책적 실천이었다. 그리고 때로는 그러한 결과였다. 아마도 대통령으로써의 현실적 고민과 이상사이의 그 나름대로의 갈등속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고 장고끝에 악수라고 우왕좌왕해서 망친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했던 정책들과 말들은 대통령이전의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한 것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 것에는 틀림없다. 역사에 가정이란 없을테지만 아마도 그가 다시 대통령을 한다면 이전보다는 더욱 진보적으로 국정방향을 잡았을거라고 그 자신, 그리고 참여정부 인사들은 말한다. 그가 죽은 이 마당에 이러한 가정을 다시 하는 것은 개인적인 하소연이 아니다. 그의 실패는 한국의 민주진영의 실패이고 한국의 많은 그의 이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실패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그 가치를 이어 어떻게 현실적으로 다시 실천해나가냐는 고민이 간절히 필요하다.


나는 그 부분의 정치적 고민을 민주당이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이는 노무현보다 더 진보적이라면 대안은 진보정당이라고 말한다. 한국현대사에서 봐도 민주당의 출발은 한민당, 즉 보수정당이었고 지금도 크게 다른 성격을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은 애초부터 보수정당이었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라는 예상이다. 최근의 민주당의 정책들이나 구성원들의 성격이 이를 방증한다. 경제를 주요 골자로 하는 민주당의 정책에는 물론 '서민' 어쩌고, '민주' 어쩌고 하는 것들이 많이 들어있지만 한나라당의 형식적 구호와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나 여당이었던 참여정부의 성격도 진보는 아니었다. 그런면에서 대통령 노무현보다 진보라면, 인간 노무현이 추구했던 진보라면 진보정당이 그 역할을 해야 하고 지금 와서 다시 민주당에게 그 역할을 기대하는것은 '전기충격을 가하면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의 실수를 개선해나가는 생쥐'만도 못한 선택이라는 말도 설득력이 있어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진보정당의 힘은 너무나 미약하다.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실질적 정치세력으로 간주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여당에게 상대정당으로 인정받지도 않는다. 그런 철저한 무시속에서 당장 노무현의 가치를 현실적인 힘으로 엮어내기에는 역부족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점차적으로 진보정당들의 지지율이 상승하는것은 긍정적이며 당연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아가 합법적인 제도정치권 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사회주의당이나 공산당들의 등장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보정당을 대안야당으로 낙점하고 세를 키워야 하는가? 아니면 비교적 세가 큰 민주당의 방향을 진보적으로 선회해야 하는가?' 라는 필연적인 고민에서 어느것이 답이다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최근에 최장집 교수도 제1야당으로서의 대안정부의 역할을 민주당에게 기대하고 이런 저런 조언을 했듯이, 나또한 한사람의 유권자로서의 나의 선택은 현재로써는 민주당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나서 민주당에게 어떠한 진보적인 변화를 기대하는것이 나의 개인적인 바램이다.


그렇다면 이제 민주당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정치인이 아닌 입장에서야 앞의 고민들을 하며 민주당을 밀까 진보당을 밀까 고심하게 되지만 민주당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당연히 이러한 정국의 전환을 바탕으로 하여 정치적으로 성장하고 지속적으로 그 우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나와있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민주당을 맞춰내는 것이다. 노무현이 추구했던 방향으로 민주당을 맞춰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노무현이 추구했던것이냐?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냐? 답은 이미 나와있다. 무엇이 옳은거냐에 대한 답은 누구든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현재 많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조금만 귀를 기울여 보아도 알 수 있을것이다. 탈권위주의, 탈지역주의, 서민을 위한 정책들, 노무현이 추구하였던 인간의 가치, 평등, 자유 등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화두들은 추상적 가치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가치를 일정부분 해결하는 것을, 해결하려 했던 과정을, 또 그 실패도 눈물로 지켜봤다. 이러한 학습 효과를 바탕으로 이러한 가치들을 현실적으로 일궈낼 수 있는 정책들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국민에게 귀를 열고, 또 학계나 언론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물론 유권자 개개인은 매우 탐욕적이기에 당장의 큰 성과가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역주의 앞에 약해지고, 자신의 이득앞에 정의를 감출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개인의 실패와 죽음으로 인하여 그 어느때보다도 우리가 '모두'라는 이름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들에 대한 소중함이 부각되고 있다. 그리고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그 가치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다. 지금 당장 굉장한 성취를 이뤄낼 수 없다손 치더라도 우리가 전진할 수 있는 한 발걸음을 옮길 동력이 생긴것이다. 그 동력으로 전진해야 할 이때 민주당의 역할의 방향과 중요성은 매우 클것이다.


민주당의 최근 행보를 보면 안타깝게도 그의 가치를 검토하고 자신들을 겸허히 성찰하는 모습이 부족하다. 무엇이 잘못됐었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생각해보고 어떻게 바뀌어 나가야 하는지. 노무현의 뜻, 그리고 그를 통해 투영되었던 국민의 뜻을 어떻게 현실적인 방법으로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는것 같다. 오히려 정권에 대한 비난의 칼날을 겨누며 정권책임, 검찰 책임, 한나라당 책임을 외친다. 그의 죽음을 진정으로 애도하고 뜻을 계승하려는 움직임보다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자기들의 지지율을 올리려는데 이용할 생각이 더 큰것으로 비친다. 물론 그의 죽음에 정권의 책임, 검찰의 책임, 여당의 책임이 있는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민주당도 절대 피해자만은 아니었다. 민주당도 가해자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비난의 칼날을 세움으로써 단기적인 지지율 반등에 집착해선 안된다. 민주당도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또한 정서상 그의 적자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어떤의미에서 모두 가해자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그의 죽음위에 그의 이상을 실현해 나가야 할 책무가 있다. 민주당은 그러한 우리의 책무를 함께 떠안고 나갔으면 한다. 신중하길 바란다. 한마디 한마디 뱉는 말들에 대하여서 말이다. 당부하건데 그의 죽음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기보다는 진심으로 성찰하고 실천적 고민을 하길 바란다. 국민은 그다지 똑똑하진 않더라도 긴 시간속에서 정직하게 마련이다. 민주당이 대안 정권으로서 대통령 노무현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좀더 나은 전진을 한국사회에 가져오는데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가장 민감한 것들, 유권자들의 표와 지지율은 따라오게 마련이다.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말이다.

2009.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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